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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미디어 콘텐트 폭력성과 아동의 공격성

미디어 콘텐트의 폭력성과 아동의 공격성 간의 상관 연구는 심리학계에 꽤 오래된 연구 주제다. 연구에 따르면, TV나 영화로 접하는 폭력물을 비롯해 과격한 콘텐트로 구성된 컴퓨터, 비디오 게임은 아이들의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치며, 이를 반증하는 연구는 아직 없다.
 
미국의 경우, 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개인의 총기 소지 권리 제한을 촉구하는 강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 큰 우려는 폭력형 범죄의 증가와 맞물려 아이들의 공격적 성향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에 있으며, 이는 어느 특정 국가에 국한된다기보다 많은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최근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가 넷플릭스라는 대형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국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한다. 드라마의 타이틀이 주는 느낌과는 상반되게, 매우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소재의 드라마였다.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수준의 잔인한 장면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처음 한두 편을 볼 때 느꼈던 충격과 공포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는 게 아닌가. 드라마 초반부에 그토록 잔인하게 느꼈던 장면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덜 잔인하게 다가왔다. 내 감각(sensation)과 지각(perception)이 무뎌지는 경험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대중매체의 폭력성이 아이들의 공격성을 어떻게 증가시키는지 이해하기 쉽다.
 


인간의 감각과 지각 능력은 장시간에 걸쳐 동일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습관화(habituation) 및 둔감화(desensitization)를 경험한다. 즉, 같은 내용과 강도의 폭력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덜 매력적이다. 따라서, 동일한 수준이거나 더 큰 재미와 흥분을 경험하려면, 폭력성과 자극성의 강도가 증가해야 하는데, 이는 더욱 폭력적인 콘텐트를 찾게 하는 이유다. 아직 인지적·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은 폭력물이 수반하는 유해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 인식한다 할지라도, 그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한다. 제작자들이 어른들의 재미와 볼거리, 그리고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아내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트가 아이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보았을까. 물론 ‘18세 미만 시청 불가’라는 연령 제한을 두었다 한다. 문제는 이것의 실효성이다. 아이들이 보기로 작정하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전자 기기를 통해 충분히 볼 수 있는 통로가 많은 곳에 뚫려 있지 않은가.
 
참 어려운 문제다. 대중성과 상업성을 추구하는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에게 아이들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라고 하면,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거나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폭력성이 농후한 대중문화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며 자라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더 큰 사회 문제를 야기하면, 그때 가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해당 드라마의 폭력성에 대해 경고하고, 아이들의 시청을 금지하는 장치를 마련 중이라 한다. 우리도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Hannah.Kim@houghton.edu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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