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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새벽 안개 속으로-93세 아버지와 63세 아들이 함께 떠난 여행(3)

아침 일찍 충주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가 나오는 저녁 8시까지는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오후엔 잠시 틈을 내어 근처에 어머니 성묘를 다녀왔다.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는 다음날 새벽 4시에 출발하자고 말씀하셨다. 새벽 4시에 출발이라는 아버지의 결정은 몇 년 동안의 추석 연휴 교통을 연구하신 합리적인 결정이셨고 오랜 군 생활에 익숙한 작전 같았다.  
 
이튿날 새벽 4시. 여행의 첫 도착지는 덕유산 국립공원이었다.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목포, 해남에서 점심을 하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지난밤 문자로 보내준다던 검사결과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이렇게 떠나면 방역법을 어기는 것이지만 나는 아버지의 시간을 흔들고 싶지가 않았다. 그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되어도 이 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93세의 아버지와 63세의 아들의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기도하시는 아버지의 가는 숨소리를 들으며 오렌지빛 안개가 짙은 가로등 골목을 빠져나왔다. 쾌적한 새벽 공기는 수면의 아쉬움도 방역법을 어긴 죄책감도 모두 잊게 했다. 새벽 공기에 몸과 마음이 상쾌하고 행복해졌다. 안개를 휘감고 우리 차는 고속도로에 올랐다. 아버지 말씀처럼 도로는 정말 한산했다. 35번 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을 지나는데 아버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셨다. “확진자들에게 먼저 문자를 보내느라 늦는 걸 거야.” 모두 잊고 계신 줄 알고 있는데 먼저 말씀을 하신다. 두 사람은 묵시적으로 이미 저지른 일에 대한 공범의 책임을 함께 느끼며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차는 어느새 어둠이 조금씩 걷히는 안개 낀 어느 산 중턱쯤을 오르고 있었다. 덕유산 국립공원 안내 문구가 보였다. 덕유산의 찬 기운에 못 이겨 구름은 아직도 산 중턱에 걸쳐 있었다. 고속도로 출구를 나와 무주리조트 표지판을 따라 굽이굽이 거침없이 오르고 내리며 달렸다. 터널 속이 돗자리 깔면 캠핑도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비상 방공호도 될 수 있겠다고 극찬을 하셨다. 다리와 터널을 평가하시며 몇 마디씩 해군 엔지니어로서 면모를 보여주셨다.  
 
무주 관광특구라는 푯말이 보이자 새로운 이국적 느낌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엔 스키로 여름엔 피서로 사람들이 찾는 장소다. 어느 유럽 산장에 온 듯한 타운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경관을 즐기시고 계신 동안 나는 영업 중인 식당을 찾아야 했다. 이럴 수가! 아침 6시 조금 지나 도착한 이곳에는 영업 중인 식당이 없다. 코로나 영향인지 아침 식사를 이곳에서 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바로 그때 ‘무주 덕유산 C.C’라는 화살표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63세의 쓸만한 아들의 순발력, 골프장 클럽하우스가 있지 않겠는가! 주변 경치를 보며 골프장에 도착했다. 훤하게 트인 골프장 뷰 테이블로 종업원은 우리를 안내했다. 비록 사고였지만 올 만한 멋진 장소였다.  
 
위기는 더 큰 위기로 잊는다고 했던가 방역법 염려는 시장기에 밀려 덕유산 골짜기에 이미 묻혀 있었다. 경치만큼 전복 미역국과 육개장도 일품이었다. 아버지는 산속에서 드시는 최고의 아침에 만족해하시며 골프 핸디도 물어보시는 여유로 행복해 보였다. 식사 후 차 한잔 마시고 있는데 코로나 음성 검사 결과 도착, 자유 얻은 어린애들처럼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크게 웃었다. 할렐루야!

강영진 /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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