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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우주의 중심은 내가 아니다

 예술작품의 감상은 개인의 취향에 좌우된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작품이 내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있을 수도 없다. 예술의 평가는 다수결이 아니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가령, 지휘자 누구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카를로스 클라이버(1930~2004)를 가장 좋아한다. 음악성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예술가로서의 인간적 매력에 반했다. 음악과 하나가 되어 춤추듯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모습이 참 좋다. 마치 모노드라마를 하는 배우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베토벤 교향곡 7번 1악장을 지휘하는 장면의 신들린 몸짓은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부럽다. 내게는 없는 부분이라서 더 부러울 것이다. 도저히 흉내 낼 수는 없지만 닮고 싶다는 생각 간절하다.
 
일단 매력을 느끼니 그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아보게 되고, 남긴 음악도 찾아 듣게 되는데 알면 알수록 인간적 매력이 느껴지고 부러운 점이 많아진다.
 


“무엇보다도 그는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은 채로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이 이끄는 대로만 살고 연주하고 싶었던, 진정한 예술가요 자유인이었다.” 박종호 풍월당 대표의 말이다.  
 
클라이버는 최정상의 지휘자 반열에 올라 큰 인기를 누렸고 부르는 곳도 많았지만 특정 오케스트라에 매이지 않았고, 자기가 원할 때만 지휘대에 올라 원하는 곡만 연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카라얀은 “그는 냉장고가 비어야만 지휘하러 나온다”고 말했다. 바람처럼 떠돌다가 하고 싶을 때에만 지휘대에 올랐다. 그래도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그가 남긴 음반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가 녹음한 거의 모든 음반들이 명반이 되었다. 완벽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 때까지 혹독하게 리허설을 거듭한 일화나 만족하지 못하면 돌연 연주회를 취소해버린 등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의 죽음도 감동적이다. 카를로스 클라이버는 전립선암으로 74세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눈 속을 헤치며 시골 산마을에 있는 클라이버의 무덤을 찾아간 박종호 풍월당 대표는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클라이버는 자신에게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자, 어느 날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이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의 고향인 슬로베니아의 산중 마을 콘시차였다. 그는 아내의 무덤이 내려다 보이는 집을 구해서 자신의 마지막 길을 준비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그는 스스로 곡기를 끊고 죽음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리고 운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묘를 모르게 해 달라는 말과 함께….”
 
이상이 내가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좋아하는 지극히 개인적 이유다.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일에서 나의 관점이 절대적이라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누구나가 우주가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믿는다”는 말이 될 것이다.
 
나도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철학자이자 사상가, 시인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에 공감한다.
 
“나는 관찰자가 언제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늘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는 언제나 호(弧)의 중앙을 향해 서 있다. 하지만 수많은 언덕에서 수많은 관찰자가 자신과 똑같이 유리한 위치에서 해 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생각지 못한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이 아니다. 나만 옳은 것이 아니다.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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