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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마치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듯 연속적으로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들, 공중에 높이 치솟아 올랐다 땅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울긋불긋 총천연색으로 반짝이는 수북이 쌓인 낙엽들, 자신의 무덤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11월, 서리가 하얗게 내린 나무를 바라보며 죽은 영혼들을 떠올려 본다.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는 그 제목에 이끌려 오래전에 사 두었으나 이제야 읽게 되었다. 미국의 남부, 미시시피, 요크나파토파라는 농촌 마을에 사는 번드런 가족의 이야기이다. 어머니 애디가 사망한 후, 제퍼슨에 묻히기를 바라는 그녀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싣고 남편과 다섯명의 자식들은 출상한다. 슬프면서도 기묘한 이 장례여행을 통해 작가는 삶과 죽음, 선과 악, 운명과 욕망에 대한 무거운 성찰을 그리고 있다.  
 
한여름, 노새가 끄는 마차에 시신을 싣고 떠나는 가족들의 풍경은 ‘어이 어이’ 큰소리로 곡을 하던 50년대 우리나라 시골의 전통적인 장례행렬을 떠올리게 했다. 유년시절 온 동네가 떠들썩했던 이 잔치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밝은 인상으로 남아있게 했다. 마지막 떠나는 사람의 죽음의 존엄성과 권리를 박탈당한 코로나 시대에 죽음은 우리가 터부시하고 무서워하며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껴안아야 하는 존재임을 다시금 확인해 본다.  
 
반나절의 거리인 40마일을 열흘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서 돌아가는 기묘한 여정은 결코 평탄치 않다. 예상치 못한 홍수와 화재를 겪게 되고 맏아들 캐시는 다리를 다치게 된다. 부러진 다리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불구로 살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감수성과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인지하는 통찰력을 가졌지만 정신병원으로 옮겨지는 둘째 아들, 달, 말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지만 모든 일을 처리하는 셋째인 주얼,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를 아기를 임신하고 그것을 해결하려 읍내에 가지만 도리어 놀림만 당하고 돌아오는 유일한 딸 듀이 델, 어머니를 물고기에 비유하는 아직 어머니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막내 바더만. 그리고 무모하고 무지한 아버지는 22살 이후로 일하면 죽는다고 하며 아내가 죽은 후 새로운 의치를 해 넣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식구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윌리엄 포크너가 “첫 단어를 쓰기 전에 이미 마지막 단어를 머릿속에서 끝맺었다”고 할 정도로 철저한 기획과 실험 끝에 완성한 소설이다. 15명의 화자가 서로 돌아가며 독백을 하는 이 소설은 59장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에서 주인공 애디는 오직 한 장에서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애디의 죽음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애디는 죽었으나 살아있는 모든 사람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지적이고 서정적인 포크너의 아름다운 문체 때문이었다. 위대한 작가의 작품은 이런 것이구나 했다. 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포크너는 삶에 섞인 부조리와 허무를 끄집어내면서도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 누구나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난다. 조금 먼저 떠나는 이를 보내고, 네가 떠날 날이 다가올 뿐이라 한다. 노란 숲 위로 가을 빛깔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다.

이춘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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