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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간발의 차이

전에는 육상 경기나 스케이트 경기, 수영 경기 때 거의 같이 들어온 선수를 식별하느라 애를 많이 썼습니다. 결승선에 렌즈를 대고 여러 명이 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비디오로 보면 스케이트 날이 누가 앞섰는지 금방 볼 수 있고 선수의 앞발 끝이 누가 먼저 선에 닿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간발의 차이라고 합니다. 정말 0.001초 차이라고 합니다. 이 간발의 차이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결정하고 선수의 인생을 바꾸게 합니다.  
 
운동선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시험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50명을 뽑는데 수천 명이 응시합니다. 그래서 192점이 커트라인인데 191.9만 되어도 떨어지고 맙니다. 이, 0.1점이 무슨 실력의 차이라고 하겠습니까. 그야말로 재수라고 할까 운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객관적으로 합격 불합격을 따질 때는 어찌할 수 없는 차이라고나 할까요.  
 
저와 친한 친구가 60년대에 사법고시에 응시했습니다. 그런데 항상 1점 차이 0.5점 차이로 불합격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0.5점으로 합격이 된 친구는 검사가 되고 판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었는데 0.5점 차이로 불합격한 친구는 변호사 사무실의 사법서사인 대서가 되어 불우(?)한 인생을 살아야 했습니다. 이것도 간발의 차이입니다. 고속도로에서 과속했다고 티켓을 받은 친구가 사석에서 하는 말입니다. “경찰이 75마일 존에서 81마일로 달렸다고 티켓을 주자 억울해서 경찰한테 항의했지. 저 보시오. 저 차들을 나보다도 훨씬 과속하며 지나가는데 왜 저 친구들을 잡지 나를 잡느냐고” 하니까 경찰이 나를 쳐다보더니 “그럼 네가 가서 잡아 와라. 내가 티켓 끊어 줄게”라고 하더랍니다. 이것도 운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요새 586세대들이 나라의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하지만 사실 60년대에도 민주화 운동이 많이 있었습니다. 몰려다니면서 데모를 하다가 경찰이 오면 모두 흩어져서 도망갔습니다. 그런데 간발의 차이로 도망에 성공한 사람과 경찰에 잡힌 사람은 천지 차이입니다. 잡힌 친구는 닭장 같은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에 가고 앉아 일어나 운동을 수없이 하고 잘못하면 매도 맞고 진술서도 써야 합니다. 그것도 재수가 좋으면 하루만 자고 나오지만 잘못되면 재판에까지 끌려가 재판을 받고 일주일이나 2주일 구치소에서 고생하고 나와야 합니다. 이것도 한두 걸음 차이입니다. 
 


오래전 유럽에 여행 가려고 뉴욕 공항에 가는데 오하이오에 천둥 번개가 쳐서 비행기가 늦어졌습니다. 뉴욕에 와서 우리가 탈 국제선 게이트로 뛰어갔습니다. 한 50가 남았는데 게이트는 닫히고 비행기는 출발했습니다. 오하이오에서 뉴욕까지 500마일을 왔는데 50가 모자라다니… 이것도 간발의 차이입니다. 50명을 뽑는데 2000명이 모인 시험에서 간발의 차이라면 75억 인구가 달리는 길에서 그 간발의 차이는 얼마나 클까요. 앤젤리나 졸리가 한 말이 생각이 납니다. 저 난민 중에는 나보다도 아름답고 나보다도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 나는 행운으로 연기도 하고 돈도 많이 벌고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무어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백한 말입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간발의 차이를 뚫고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하면 정말 아슬아슬하고 진땀이 납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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