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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진정한 ‘깐부’의 조건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LA가 소란하다. 8일부터 시의 거의 모든 실내 업소 이용 시 백신 카드 제시가 의무화됐다. 미접종자는 72시간 이내 음성 확인서가 필수다. 바이러스 확산 저지, 정체된 접종률 상승이 목표다. 실내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 가운데는 안심이 된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업주들의 우려는 만만치 않다. 백신 카드와 아이디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둘째다. 가장 큰 이유는 손님에 대한 차별이다.
 
인앤아웃 버거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우리의 고객 서비스는 모든 손님에게 봉사하고 환영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문서가 없다고 입장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가 샌프란시스코 등의 일부 매장이 폐쇄되기도 했다.  
 
한인타운의 한 업주는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가 싸움이 날 뻔했던 적도 많다”며 “백신 카드와 아이디 확인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루 고작 2시간 일할 직원을 뽑는 구인광고가 늘어날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은데 부담이 크다는 하소연이다.
 
소비자도 보다 많은 인내심을 요구 받게 됐다. 최근 치솟는 물가 오름세를 표현하는 신조어인 ‘스킴프플레이션(Skimpflation)’만 봐도 그렇다. 스킴프(Skimp)는 돈이나 시간을 지나치게 아낀다는 의미로 서비스의 양과 질이 떨어진 데 반해 가격은 오르는 상태다.  
 
항공사 콜센터부터 피자 배달까지 대기 시간이 길어졌고 놀이공원의 무료 트램은 멈춰 섰다. 호텔 객실은 전보다 덜 깨끗하며 조식도 사라졌다. 소비자 만족지수 ACSI는 15년 새 최저다.
 
일련의 상황을 보며 역설적으로 떠오른 건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왔던 ‘깐부’다. 노인이 주인공에게 생사를 가를 마지막 구슬 하나를 건네며 “가져. 자네 거야. 우린 깐부잖아. 깐부끼리는 네 것 내 것이 없는 거야”라고 말한다. 깐부는 어린 시절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며 편을 함께하던 내 팀, 짝꿍, 동지를 뜻한다.  
 
LA 시는 백신 증명 의무화 조치를 시행하며 업주들과 깐부를 맺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네 매출도 내 것, 네 위험은 네 것’ 뭐 이런 것인가. 손가락 건 적도 없는데 업주들의 구슬을 탐내는 모습이다. 깐부는 동일한 목표를 가진, 정서적 동질감까지 전제로 한 관계다. 이 경우는 목표도 동질감도 흐릿해 보인다. 그러니 곳곳에서 잡음이 새 나오는 것이다.
 
임대료 갈등을 빚고 있는 LA한인타운 로데오 갤러리아 쇼핑몰의 상황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새로운 관리회사는 법원을 통해 투명하게 임대권을 얻었고 정당하게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입점한 20여개 업소는 과도한 인상률과 새로운 디파짓, 과거 캠차지 부과에 반기를 들었다. 팬데믹에 물류난까지 겹쳐 어려운데 사지로 내몬다고 불평이다.  
 
서로 깐부까지는 아니어도 상생하며 윈윈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할 텐데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얼마 전 새 직장으로 옮긴 한 지인은 회사 대표로부터 양복 선물을 받았다. 고객 응대가 많은 업무 특성을 고려해 양복을 사 입고 비용 청구를 하라는 말을 직접 들었지만, 선뜻 그러지 못했는데 대표가 직접 그를 양복점으로 데려간 것이다. 지인이 느낀 감사의 마음은 지면에 모두 옮기기 힘들 정도다.  
 
대표는 새 양복을 입은 직원이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효과를 누릴 것이다. 여기에 감동 어린 직원의 충성심까지 얻게 됐으니 둘은 이제 서로를 깐부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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