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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지금은 고요해야 할 때

신호철

신호철

지금은  
고요해야 할 때
시킨다 하여  
고요해 지겠는가
내 안에 갇혀  
죽어가는 것이려니
뼛속 깊이 부는  
바람이 되어
어찌 고요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고요해야 한다면
그대 곁에 맴돌다  
토해내는 숨
혀를 문  
침묵이어야 하리
빛나던 별빛 사라진 후
지금은 고요해야 할 때
참으로 고요해 지려 함은
제자리 돌아오는  
그림자처럼  
그대 뒤에 숨어서  
하루가 지고
돌아온 길은  
숲이 되어가는데
불그레 얼굴 내미는  
마른 나무들 사이로
곁을 스치며 뒤돌아보는  
바람의 얼굴
들을 수도 들리지도 않는  
적막 속으로
푸른 하늘과 푸른 강이  
하나로 만나
경계가 지워지는  
풍경 속으로  
난 아직  
그대를 보내지 않아요
미동 없는 나무처럼  
미물같이 그대 곁에 서있는  
고요가 차마 서러워
 
 
 
그 해 가을 앞산은 유난히 붉어 고요할 틈이 없었다. 새벽부터 사람들은 삼삼오오 무리지어 산을 올랐고, 산은 사람들의 그림자에 덮여 어둠에 시달려야 했다. 단풍이 절정이어서 사람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즈음, 그 산을 맴 돌던 고요는 푸른 하늘 위로 떠올라 발갛게 달아오른 산허리를 감고 깊은 눈으로 산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누가 시킨다 하여 고요해지겠는가? 스스로 산 입경에 울타리를 치고 산 아래와 위를 가르는 뼛속 깊은 바람이 되어, 기우는 숲이 되어가는 자신의 긴 그림자에 하루가 저물어 가고,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목엔 마른 나뭇가지들, 손을 조금만 흔들어도 경계가 무너지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산을 돌아 마을 깊숙히 지는 하루. 살며시 고개 드는 노을에 고요가 내려 앉았다. 음표의 뒷모습까지 부를 줄 알았던 나뭇잎들의 유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곁을 스치는 바람의 얼굴은 그대의 얼굴이었다. 푸르샨블루 하늘에 별이 뜨면 푸른 강이 일어나 하늘을 만나고 미동처럼 서있는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안개처럼 내리는 고요. 들을 수도 들릴 수도 없는, 내 안으로 들어와 남겨놓은 시 한 소절. 미물같이 그대 곁에 서있는 고요.  
 
맞아. 그것은 굳이 기억해내지 않아도 코끝이 찡하게 다가오는 것이었지. 세상은 모두 잠들어 아마 모를 거야. 그렇게 깊은 것인 줄, 그렇게 마음 깊이 새겨진 화석인 줄. 몰라도 나의 몸 속 세포들이 고요함을 인지할 때면 자석같이 살아나 때도 없이 당겨지는 힘. 막을 수 없지. 멈출 수 없지. 고요 속에 잠겨가는 먼산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지. 그림자처럼 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바람에 흔들리지도 않는 견고한 그리움 처럼…. 불그레 얼굴 내미는 바람의 얼굴처럼…. 차마 서러운 고요.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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