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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2년 만의 재회 - 93세 아버지와 63세 아들이 함께 떠난 여행(2)

비행기는 인천국제공항에 정시에 도착했다. 팬데믹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입국한 승객들이 많았다. 입국장의 행렬은 초입부터 길게 줄지어 있었다. 오랜 비행시간을 마친 승객들의 눈에서는 피곤보다는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반짝이고 있었다. 팬데믹의 생소한 입국 절차를 모두 인지하고 있는 듯 앞과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에도 누구 하나 불만이 없었다. 조금씩 앞줄이 줄고 있다는 것만도 다행스러웠다. QR 코드, 방역 앱이 모두가 나에게는 낯선 것들이었지만, 파견되어 나온 군인들이 친절하게 도와주심에 감사했다. 아무리 그 행렬이 길어도 14시간 이상 걸려 도착한 인천국제공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을 더 설레게 했다.  
 
여정의 피곤보다는 2년 동안의 누적된 그리움을 보상해 줄 기대감과 나를 손꼽아 기다리시고 계실 93세의 아버지를 생각하니 벅찬 마음은 비를 먹은 버섯처럼 이미 커지기 시작했다. 잘 도착했는지 누님의 문자가 쇄도하고 미국 통신회사에서까지 서비스를 안내하는 문자가 왔다. 뒤를 돌아보니 끝도 안 보이는 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사실 검사하는 시간만 조금 더 걸렸지 입국장의 과정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준비한 서류를 제출하고 어느 때보다도 더 친절한 행정 담당자들이 긴 행렬만큼 인내심을 갖고 열심히 진지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입국장을 나와 유심 카드를 예약한 통신사 부스로 갔더니 긴 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팬데믹으로 모든 인력이 감소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약한 렌터카 회사에서는 문자가 계속 들어왔다. 렌터카 픽업 시간이 한 시간 이상 지났기 때문이었다. 상황은 더 늦어졌고 시간은 더 빨리 가고 있었다. 렌터카를 전달받고 짐을 싣고서야 아버지께 전화 드렸다. 아버지는 흥분된 목소리로 고생 많았다고 하시며 이젠 천천히 오라고 하셨다. 벌써 염려 시다. 내비게이션을 설정하고 떠날 준비를 마치니 이미 저녁 8시가 넘었다.  
 
가는 동안 졸음운전은 하지 말라고 재차 확인하시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환갑 넘은 아들도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생각하시는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환갑도 넘은 아들을 이렇게 걱정까지 하시네요” 그러자 “이젠 너도 환갑이 넘었으니 걱정인 거야!” 화답하시는 아버지의 위트가 사랑스러웠다.  
 


잘 만든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아버지가 미리 오셔서 기다리시는 충주집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거의 다 되었다. 그 시간까지 기다리시는 아버지의 환영을 받으며 부자는 2년 만에 상봉하였다. 궁금해하실 뉴욕 근황이며, 자가격리면제 과정이며, 코로나 검사며, 뉴노멀 등 잠시 귀국 보고를 하고 나니 표현력 없으시기로 어머니에게 인정받으셨던 아버지는 “감사하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다”라고 답하셨다.  
 
무슨 말씀이 더 필요하셨겠는가? 매번 아버지를 떠나 뉴욕에 오는 길에 무거웠던 죄송한 마음과 또다시 볼 날을 기약하며 아들을 보내는 아버지께서 삼켜야 하셨던 아쉬움 덩어리를 다 잊고 재회의 기쁨만을 만끽했다. “자, 이제는 잘 자고 내일 일찍 보건소 가자.” 내 스케줄을 이미 다 꿰고 계신 아버지를 꼬옥 안아 드렸다. 이제는 한 아름도 채 안 되시는 아버지의 품에서 그간의 그리움과 외로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눈물이 핑 돌았다.

강영진 /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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