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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니의‘알제리계 정체성을 찾아서’

시스터즈(Sisters)

알제리계인 이사벨 아자니가 출연한 ‘시스터즈’는 알제리계 이민 가정의 아픔을 다룬다. 감독인 야미나 벵귀이도 알제리계 이민 가정 출신으로 2012년 프랑스와 올랑드 대통령에 의해 불어권 나라들을 관할하는 부서의 장관으로 임명된 바 있다. [DistribFlms]

알제리계인 이사벨 아자니가 출연한 ‘시스터즈’는 알제리계 이민 가정의 아픔을 다룬다. 감독인 야미나 벵귀이도 알제리계 이민 가정 출신으로 2012년 프랑스와 올랑드 대통령에 의해 불어권 나라들을 관할하는 부서의 장관으로 임명된 바 있다. [DistribFlms]

김정의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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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신이 조각한 얼굴’이라 불리며 프랑스 최고의 미인으로 손꼽혔던 이사벨 아자니는 사실 프랑스 혈통은 아니다. 프랑스는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알제리계 이민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독일인이었다. 아버지가 프랑스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하면서 프랑스 시민권을 얻었고 독일인 여자를 만나 결혼, 1955년 낳은 딸이 이사벨이었다.  
 
아자니는 1981년 충격과 공포가 가득한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괴이한 드라마 ‘포세션’으로 세자르상을 수상하며 불멸의 스타로 등극한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아버지가 알제리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랑스는 그녀를 냉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고혹적인 눈매와 순수한 이미지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아자니가 식민지 알제리와 프랑스가 가장 싫어하는 나라 독일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분위기였다.  
 
1988년 아자니는 ‘카미유클로델’로 프랑스의 사랑을 되찾는다. 조각가 로댕의 연인이며 그 자신 또한 조각가로서 비운의 생을 살았던 카미유클로델을 아자니는 광기 어린 연기로 스크린에 재현해냈다.
 
아자니는 이후 프랑스인들의 반알제리 정서와 알제리 사람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이민정책에 반기를 들며 인권운동가로 활약한다.  
 
아자니가 어느덧 6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렀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시스터즈’는 아자니가 알제리계 이민가정 출신의 40대 여성 조라로 출연하는 영화다. 영화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알제리 이민 2세대 여성들이 모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정체성 문제로 갈등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릴 적 알제리를 떠나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조라, 노라, 자밀라 세 자매는 30년 전 실종된 남동생 레다에 대하여 늘 의문을 품고 살아왔다. 레다의 실종은 아버지의 과거와 깊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연극을 가르치는 맏딸 조라는 동생의 실종으로 인하여 그간 가족들이 안고 살아온 트라우마를 소재로 희곡을 쓰고 있다. 세 자매에게 알제리에 살고 있는 병상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세 자매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그가 숨겨온 레다의 실종에 관한 진실을 알기 위해 알제리행에 오른다.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들 가족에게 드리워져 있는 혁명의 어두운 그림자를 다시금 실감하며 세 자매는 아버지의 과거에 숨겨져 있던 충격적 사실들과 레다의 실종의 흔적들을 조금씩 찾아 나간다.  
 
램리극장(Laemmle.com) 에서 29일 개봉.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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