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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수혁 주미대사의 만시지탄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이수혁 주미대사가 뒤늦게 공식사과를 했다. 지난 3월 연쇄 총격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이 숨졌을 당시 애틀랜타를 찾지 않은 데 대해서다.

 
“만사 제치고 갔어야”했다는 국민의 힘당 태영호 의원의 지적에 동의한 것이다.  이 대사는 최근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올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장에 가는 게 좋았다”고 반성했다.
 
당시 언론에서 이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주미대사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그래도 하지 않은 것 보다 낫다.  
 
이 대사는 물론, 애틀랜타 총영사도 연쇄 총격사건 한인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증오범죄 가능성이 제기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건 발생 사흘 뒤 현지를 방문, 추모하고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면담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계인 앤디 김 연방하원의원 등 아시아계 의원 8명도 사건 현장을 찾았다.


 
정치인과 외교관은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어쩌면 “국민의 눈높이에서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이 대사의 사과는 그가 정치계에 잠시 몸을 담았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애틀랜타 총영사가 충분히 조의를 표하고 위로도 하는 상황에서, 대사가 가야 하는지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제 책임이기 때문에 자성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대사가 그동안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할 기회는 있었다. 실례로 지난 5월 주지사 면담과 한국기업 공장 시찰을 위해 조지아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끝내 유가족을 찾지 않았다. 물론 그는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인들의 안전 문제를 각별히 당부했다고 한다.  
 
일정도 그리 녹녹치 않았을 것이다. 당일 오전 5시에 워싱턴DC를 출발해 밤늦게 관저에 돌아올 정도로 빡빡했다. 그렇지만 애틀랜타 한인사회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한인 4명이 희생된 극히 드문 일이 발생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현지 한인을 보듬는 행보를 보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사는 이에 앞서3월 25일 워싱턴 인근인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애틀랜타 총격 희생 한인들의 장례식에도 조화만 전달했다가 구설수에 올랐었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은 1821년 쓴 저서 '대논리학'에서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는 외교사회에선 금과옥조로 통용된다. 외교부에서 잔뼈가 굵은 이 대사가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장례식에 가지 않은 총영사를 질타했다고는 하지만,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 이유다.  
 
실제 한인 여성 2명의 장례식에는 애틀랜타 총영사관의 경찰영사와 민원영사가 각각 참석했다. 반면, 당시 김영준 총영사는 비슷한 시기 다른 한인의 장례식에 참석해 뭇매를 맞았다. 그는 사건을 현장에서 직접 수습하는 정부 책임자였다.
 
외교관은 일반적으로 전문지식은 풍부하나 정무적 감각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외교관 출신 정치인들이 흔치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태 의원은 "앞으로 우리 국민이 사망하는 것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다면 현지 대사는 만사를 제치고 현장에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사는 이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했다. 정치 외교관만이 할 수 있는 공감이다. 임기를 마치고 귀임하면, 그는 비록 당적은 다르나 태의원과 한국외교의 향방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번 사과를 계기로 대사관과 미주한인사회도 더욱 긴밀히 공조체계를 갖추기를 기대한다. 지구촌 시대에서 대사관의 대(對)교민 관계는 국가 외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국정부가 누누이 강조하는 공공외교도 미주한인의 전폭적 협조 없이는 힘들다. 오히려 민간이 주도할 수 있다. 뉴저지 한인사회가 물밑에서 애쓴 결과, 최근 주의회가 ‘한복의 날’을 제정한 것이 좋은 사례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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