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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웃는 마음 웃는 얼굴

 웃는 얼굴을 만들 때는 언제일까. 사진사가 “자 웃으세요” 말할 때 우리는 웃는 얼굴이 된다. 가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어 뚱한 표정을 풀지 않기도 하지만 대체로 사진에 고정되는 내 표정이 웃는 얼굴이기를 바라면서 웃음 짓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또 언제일까. 내 어린아이가 함빡 웃으며 달려들 때 그 웃음에 지지 않는 그런 웃음으로 화답하며 따뜻한 풍경을 그려낸다. 이때 웃는 얼굴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 시절에 아이들이 부모에게 가장 효도하는 때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사진사의 말대로 만드는 웃음이나 경쟁사회 속에서 끌어내는 웃음이나 다른 속셈으로 지어내는 웃음들이 걸려 있는 얼굴은 웃음과 그 뒤가 같지 않은 경우가 많아 웃는 얼굴을 보는 표정도 앞뒤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지는 세상이다.
 
무엇을 만나면 웃는 얼굴이 되는가. 어떤 이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살아서 웃을 일이 뭐 있나. 그러면서 웃음기를 얼굴에서 걷어내고 표정 없음이나 못마땅하거나 슬픈 얼굴을 드리운다. 그렇게 혼자 세상 고민을 다 끌어안는 심각한 표정에 때로는 오히려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살아가면서 웃는 얼굴이 되게 하는 것들도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글이 가을에 바싹 곁에 와서 앉으며 쓸쓸함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라는 글을 한번 써보면 그 또한 적지 않게 많으며 그렇게 웃는 얼굴을 유지하게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웃으면 건강해진다고 하며 그냥 웃어보면 저절로 진짜 웃음을 담은 얼굴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건강을 만나면 웃는 얼굴이 된다. 건강하여도 우는 얼굴이면 그 건강을 아마도 가짜 건강일 확률이 높다.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웃는 얼굴을 가끔 본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울고 싶다는 하소연으로 들린다. 어떤 사정일까. 내 속을깊이 감추고 남에게 보여주는 얼굴에 잘 만든 웃음을 걸어놓고 나는 지금 웃고 있습니다 중얼거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로 잘 알고 있다.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우는 마음이 드러내는 웃는 얼굴이 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눈치채고 있다. 그와는 반대로 속으로 웃으며 겉에 무표정 또한 사람들을 속일 수는 없다. 억만금 복권에 당첨되었거나 금광에서 커다란 금덩이를 발견한 사람이 속에 감추고 겉으로 무표정 지어내도 사람들은 무표정 바로 뒤에 있는 웃는 얼굴을 알아내고 만다. 어려운 세상을 사는 보통사람들에게 위대한 스승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요즘 흔한 전화기 속에 크게 웃는 동그란 얼굴이 아니어도 어느 쪽인가 할 때 분명 웃는 얼굴이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런 인물들의 속사람은 미소가 있거나 웃는 마음이라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사람들의 소박한 소원은 웃는 얼굴로 살아가는 것이다. 삶이라는 이름의 사진사가 “자 웃으세요”라고 말할 때 가짜 웃음이 아니고 진짜 웃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겉과 속이 다른 표정을 가질 때 사람들은 피곤해진다. 살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산다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내 속을 함부로 드러내 보이면 손해 보는 일이 많을지라도 웃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웃는 마음이 되고 난 후에야 억지로 웃는 얼굴 만들지 않아도 저절로 보기 좋은 얼굴이 피어오른다. 물질로 모든 것이 판단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참된 지혜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외양간에 송아지가 없어도 포도나무에 포도송이가 열리지 않았어도 과일나무가 소출을 내지 않아도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그런 것들을 능히 이기는 귀한 것이 내게 있으니 나는 즐거워하겠다. 이렇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자리 잡으면 누구도 뺏을 수 없는 아름다운 얼굴이 그곳에 나타난다. 소박하지만 대단한 소원이 이루어진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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