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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할까.’
 
해마다 이맘때면 한번은 들어 보고 싶은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노래의 첫 구절이다. 가사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 산천이 울긋불긋 물들고 하늘은 높아지는 10월이면 많이 들려오는 노래다. 노르웨이 가수의 원곡에 가사를 붙이고 편곡을 해서 부른 노래다. 바리톤 김동규를 세상에 널리 알리며 10월에는 누구나 몇 번은 들을 정도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성악가 김동규의 독특한 바리톤 음색과 가을이라는 정취가 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이 노래를 부르게 된 사연을 알고 나면 조금은 가슴 아프다.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김동규는 어느 가을 이혼하게 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된다. 우울증에 빠져있을 때 모 방송국의 라디오 진행자가 쉬어가는 뜻에서 가볍게 크로스오버 형식의 노래를 제안했고, 그때 원곡을 들은  그는 이거다 싶어 가사를 붙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돈을 벌거나 인기를 끌겠다는 목적 없이 발매한 음원은 예상치 못하게 인기가 급상승하며 국민 애창곡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던 사람을 노래 한 곡이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다.
 


많은 가수와 성악가들이 다투어 이 노래를 부르며 여러 버전이 세상에 나오게 되고 가을을 타는 많은 이들에게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주는 힐링송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도 유독 가을을 좋아하고 가을을 타는 편이다. 환갑이 넘은 지금도 가을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센티멘털해지고는 한다.  
 
10월 어느 날 시골 국도 길 양옆으로 늘어선 은행나무에서 노란 은행잎이 비처럼 내리며 달리는 차를 환영해 주던 멋진 기억도 떠오른다. 아침저녁으로 기온도 떨어져 몸도 마음도 쌀쌀해지는 날이면 샛노란 국화가 열병식을 치르듯 늘어서 있는 한국 도심의 가을과 어릴 적 자랐던 시골에서의 가을을 연상하곤 한다. 친구들과 뒷산에  올라 작대기로 몇 번 나무를 후려쳐서 떨어진 밤송이를 고무신으로 밟으며 밤을 까서 주머니에 담고 오던 가을 풍경을 떠 올린다.  
 
하지만 아직도 낮에는 뜨겁게 느껴지는 캘리포니아의 가을과는 어쩐지 조화가 잘되지 않는 느낌이다.
 
2년 가까이 계속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음대로 여행도 못 가지만 이제 서서히 종착역을 향해 가는 기분이 든다. 내년 가을에야말로 미루고 미뤄둔 고국을 방문해 가족 친구들도 만나고 찬란하게 아름다운 가을 단풍과 함께 하는 10월의 멋진 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모든 것이 넉넉해지는 수확의 계절 그래서 이웃들과 오손도손 나누는 마음 따뜻한 계절,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노랫말처럼 바람은 죄가 될지도 모른다. 그저 평안하고 풍요로운 이 가을을 만끽하고 싶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다. 

송훈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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