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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만두와 삶은 닮았다

 싸한 가을에 만두를 빚는다. 상 위에 빚어진 하얀 만두는, 강물에 띄워진 쪽배가 되었다, 그리움에 물든 밤하늘의 반달이었나 하면, 세월의 언덕을 사뿐히 내딛는 수줍은 버선발이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다진 새우에 부추를 더해 상현달과 하현달 같은 반달 모양의 만두를 만들었다. 하지만 나의 무의식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달을 창조하고 싶었나 보다. 나는 부추와 돼지고기를 섞어 반달을 만든 후, 초승달을 닮은 통새우 한 마리를 한편에 세워 보름달 같은 둥근 만두를 탄생시켰다. 이제 달은 밤하늘에만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밥상 위에도 올라 내 영혼을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
 
한 주머니에 여러 음식을 품고 있는 만두는, 내가 사는 LA시를 닮았다. 갖가지 소가 다양한 조화를 이루는 만두 속 같이, 한 공간에  여러 민족이 함께 삶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LA는 여러 종류의 음식을 한 주머니에 품은 만두 같이, 나름대로의 맛과 멋이 어우러져 독특하고도 아름답다.  
 
생각해보면 만두와 삶은 닮았다. 삶이라는 주머니에 누구나 나름대로의 그 무엇을 담아도 괜찮은 듯, 만두 역시 그 안에 무엇을 넣어도 문제될 것이 없다.  
 


게다가 만두는 한 가지 소만 넣거나, 아니면 몇 가지를 섞어 넣어도 무난하다. 그것은 삶의 길이 단순한 외길이거나 몇 가지 길을 동시에 걷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런가 하면 연한 만두피는 속에 어떤 것이라도 감싸 안아 감당해 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삶과 비슷하다. 간과 맛이 어떻든 만두피는 자기가 감당해야 할 것을 말없이 받아들여 품는다.  
 
먼 타향에서 가을을 맞으며 만두를 빚는다. 내가 만드는 만두에는 한과 사랑과 추억이 담긴, 디아스포라의 오렌지빛 향수일 것도 같다. 이때의 만두는 내 영혼이 아늑한 고향으로 떠나고 싶을 때 나를 태우고 떠나는 작은 돛단배다.  
 
삶을 마주하듯, 단정히 앉아 만두를 빚는다. 분수에 맞게 마련한 만두 소를, 세상살이에서처럼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접는다. 생을 빚어가듯 만두소를 욕심껏 많이 넣어 터지지 않게 하고, 너무 적게 넣어 인색하지 않게 한다. 또 만두소의 간을 너무 짜거나 싱겁지 않게 하여, 조화롭게 삶의 간을 맞추듯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한다. 그런가 하면 세상 일을 주변 상황에 맞게 처리하듯, 만두를 빚을 때도 모든 과정을 순리에 맞게 한다.
 
만두를 빚는 일과 살아가는 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만두 요리에는 세상살이의 이치와 순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만두가 숙성되어 가는 과정은 삶을 터득해 가는 지침서가 된다고나 할까. 그리 보면 아직 세상살이에 미숙한 내가 빚는 만두는, 인생 수행 과정의 일부분이 될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만두를 만들어 가는 일은 삶을 실하게 숙성시키고 싶은 나의 작은 의지일 것도 같다.  
 
세월 속에 익어가는 나의 만두는, 언제쯤 환한 보름달처럼 세상을 밝고 행복하게 비추게 될 수 있을까. 

김영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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