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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작은 것은 아름답다

지금 돈이 있는 젊은이 중에는 스니커즈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시카고 불스의 전설인 마이클 조던이 신던 신발이나 그의 이름이 붙은 스니커즈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하여 이 신발을 사려고 야단이라고 합니다. 값도 엄청 비싸서 10만 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가장 비싼 신발은 어떤 신발이었을까요. 기록에 의하면 당나라의 성제의 황후 비연과 당나라 현종의 비였던 양귀비의 신발이 제일 비싸다고 합니다. 그들은 전족했었는지는 몰라도 발이 작아 신발을 금실로 짰다고 합니다. 양귀비가 안녹산의 난으로 죽고 그 동네에 살던 할머니가 그 신발을 얻었는데 한 번 보는데 1금, 한 번 만져보는데 50금, 한 번 신어보는데 100금을 받았다고 하니 그 신발 하나만 가지고 재벌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한양 기생 장동선이 아주 예뻤는데 그의 신발을 ‘해어화’라 하고 그 신발에 술을 따라 먹는 것을 ‘회혜주’라고 했다 합니다. 그런데 그 술값이 엄청 비싸서 쌀 300석을 호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벌이었던 이상국이 300석을 내고 술을 한잔 따라 마셨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해여화도 자그마한 게 예뻤다고 합니다.  
 
나는 키가 작습니다. 어디 가서 늘씬하다는 말은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오래전 군의관으로 있을 때 다방에서 누구를 기다리느라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 좌석에 젊은 여자들이 서너 명 몰려 들어와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거리가 가까우니 말소리가 마치 한 테이블에 앉아 듣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그중의 한 여자가 “근대 말이야 미팅에 가서 파트너를 정하는데 제비를 뽑지 뭐니. 그래서 나도 제비를 뽑았지. 그런데 내 파트너로 온 사람이 난쟁이 X 자루만 한 게 얼굴은 자유 민주주의로 생겼지 뭐니. 나는 밥맛이 떨어져서 화장실 간다고 하고 나와 버렸지 뭐냐” 하면서 까르르 웃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작은 키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던 나는 마치 얼굴에 숯불을 끼얹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나와 다방 밖에서 친구를 기다린 일이 있습니다. 물론 나는 일생에 그런 미팅에 가본 일도 없고 선을 본 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늘씬하고 큰 것이 아름다운 줄 알고 살았습니다.  
 
물론 나는 발도 작아 발에 맞는 신발을 사기가 힘듭니다. 어딜 가도 사이즈 6이나 5 1/2의 신발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좋은 수를 알아냈습니다. 아내의 권고로 여자 신발을 사서 신습니다. 물론 하이힐이나 나비 같은 장식이 붙은 것, 여자 구두의 티가 나는 것을 신기야 하겠습니까만 요새 나온 운동화 비슷한 신발 6 1/2이나 7을 사면 아주 잘 맞습니다. 그리고 모양이 이쁩니다. 얼마 전 친구가 “야 넌 어디서 그런 이쁜 신발을 사냐” 하고 묻기에 실소를 한 일 있습니다. 나의 일생에 이쁘다고 칭찬을 처음 받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발이 큰 것보다 작은 신발이 이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딸의 집에 가서 사위 손자들의 배만 한 신발과 나의 신발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나의 신발이 이쁘장합니다. 그래서 ‘아하 작은 것이 이쁘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만 190cm가 넘는 여자 배구 선수들, 농구 선수들이 결혼 상대를 찾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늘씬한데 인기가 없다니… 그러고 보니 농구 선수나 배구 선수 중 키가 좀 작은 선수들이 미인이 많습니다. 이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시대가 오려는가 하고 생각을 해봅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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