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의 신 미국유람] 청계천 개발 모델 된 텍사스 최고 명소
<24> 샌안토니오 리버 워크
강변 따라 카페·선물점 즐비
마켓·미션 등 멕시코풍 가득
10분 거리엔 알라모 유적지
아인슈타인의 명언 중 필자가 마음에 깊이 각인시켜 놓은 명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한 번도 실패해 보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이다” 라는 구절이다.
미 전국의 새로운 곳만 찾아 구석구석 헤매다 보면 가는 곳마다 낯설고 처음 보는 곳 뿐이다. 수없이 길을 물어야 하고, 혹시라도 잘 못 들어가면 되돌아도 나와야 한다. 연속의 실패가 한두 번이 아니다. 텍사스 남부 도시 샌 안토니오에 있는 리버워크(San Antonio River Walk)도 그랬다. 이곳이 그렇게 유명하고 좋다고 해서 처음으로 찾아갈 때도 역시 아인슈타인의 명언대로 수 없는 실패를 맛봐야 했다. 그럼에도 결국 목적했던 곳에 도달했을 때의 환희는 경험해본 사람만 느끼는 기쁨이리라.
348Km길이의 샌 안토니오강은 텍사스주의 젖줄이라고 한다. 하지만 툭하면 범람해 피해가 막심했다. 시 상공회의소는 그럴 바에야 차라리 매립을 하자고 했다. 여성단체들은 그래도 보전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렇게 양측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20년이나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던 중 이 지역 건축가였던 허그맨 이라는 사람이 여성 단체들의 구상을 채택, 운하를 만들어 물길을 새로 잡아주면서 강 양쪽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대박은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남자들 바지 폭보다는 여자들 치마폭이 더 넓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던가.
지금 샌 안토니오 리버 워크는 매년 관광객이 2000만명이 넘고 고용효과도 10만명 이상이라 한다. 지역 경제에 이런 효자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범람이 두려워 그냥 강을 메우고 말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강 양쪽으로 빈틈없이 들어차 있는 음식점과 선물점, 호텔 등 각종 비지니스들은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번창일로에 있다고 한다. 필자가 갔을 때도 강물 위로 유유히 노니는 청둥오리들을 바라보며 연인끼리 팔짱을 끼고 강변 따라 유유자적 걷는 모습들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다.
강물 따라 쉴 새 없이 오가는 보트는 언제나 만선이며 양쪽 강가로 걷는 인파 또한 완전 시장 골목이다.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음식과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걷다가 다리 아프면 의자에 잠시 앉아 칵테일 한 잔 음미하는 맛도 새로울 뿐더러 판초 모자들을 쓰고 기타를 치며 연주하는 경쾌한 스페니시 음악까지 감상할 수 있는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풍광이다.
1937년 창설된 시 강변개발국은 샌 안토니오 도심을 중심으로 리버워크를 북쪽으로 13Km, 남쪽으로 6Km더 연장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강변 개발로 그동안 톡톡히 재미를 봤을 뿐아니라 고용 효과도 커지니 손 안대고 한 번 더 코 풀어보자는 속셈이 아닐까 싶다. 우리 속담에도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에 빈대도 남아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샌 안토니오 리버워크에서 도보로 10여분 거리에는 유명한 알라모(Alamo) 유적지가 있다. 1836년 186명의 민병대가 멕시코 정부군 1000여명의 공격을 받아 13일간 전투 끝에 단 두 사람만 살고 나머지는 모두 전사한 곳이다. 이후 ‘알라모를 잊지 말자’를 구호로 텍사스 주민들은 멕시코 정부군의 잔인함에 알라모 전투를 되뇌이며 많은 사람들이 자진 입대하여 샌하신토 전투에서 온갖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하면서 멕시코군을 몰아냈다.
알라모에서 남쪽으로 약 2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750피트 높이의 타워 아메리카도 가 볼만 하다. 이곳에 오르면 샌안토니오 시가지가 360도 다 보인다.
# 여행메모
텍사스는 알래스카 다음으로 면적이 넓은 주다. 주도는 오스틴. 샌안토니오는 휴스턴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마켓이나 미션 등에선 멕시코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댈러스에서 약 5시간, 오스틴에서 약 2시간 거리. 앞서 언급한 리버 워크, 알라모, 타워 아메리카는 샌안토니오 방문 시 꼭 봐야 할 명소들이다. 리버 워크는 서울 청계천 개발의 모델이 된 곳이기도 하다.
김평식·여행등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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