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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감] 소리 나는 대로 적은 헌금

'11조'.

하얀 헌금 봉투 앞면에 큼지막하게 쓰여져 있는 문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가 내용물을 확인한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적혀있는 숫자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소위 '십일조'라 부르는 헌금을 하려 했던 이 봉투의 주인은 자신의 이름뿐 아니라 이루고 싶었던 소원을 적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일은 필자가 군복무 중에 겪은 일이다. 군복무 중 1년 가량을 사단 사령부의 종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군종병으로 근무했다. 자신의 보직이 따로 있으면서 개인 시간을 쪼개 활동해야 하는 예하 부대 군종병과는 다르게 업무 자체가 종교 업무다 보니 비교적 편했고 외부 활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제네바 협약에 따라 무기를 소지하지 않는 군종 장교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지만 실제로는 부대 안에 위치하는 교회의 운영을 돕고 그 교회에 출석하는 군인 가족들을 지원하는 일을 주로 했다.

가을이면 김장도 했고 봄이면 가족들을 태우고 꽃놀이에 동원되기도 했다. 그런 일 중의 하나가 교회의 헌금을 계수하고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11조' 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헌금이 들어온 줄 알고 깜짝 놀랐던 것이다.

교회에 열심이던 당시 사단장에게 잘 보이려 교회에 출석하는 한 간부의 무지로 웃고 넘기기에는 오늘날 우리의 수준도 그에 못지 않다.

그의 잘못은 어디선가 들어본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숫자로 옮겨 적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돈을 낼 때 자신의 소원을 함께 적어서 내는 성경에는 근원을 찾아볼 수 없는 샤머니즘적인 종교 행위에까지 이른다.

우리는 어쩌면 몇 가지 단어는 정확하게 쓸 수 있고 그 의미도 충분히 이해할 정도의 지식이 있는지 모르지만 샤머니즘적인 종교 행위에 빠져있는 정도는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들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소원을 이루기 위한 종교 행위라면 그 대상이 하나님이건 삼신 할머니이건 결국 나 자신의 배를 섬기는 우상 숭배이며 그 대상을 우상으로 만드는 일이다.

하나님을 우상으로 만드는 그 죄악을 그 누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email protected]


김사무엘/ 박사ㆍ데이터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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