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뒤집힌 '낙태 금지법'…교계서도 다시 논란

낙태 이슈가 불거지자 찬반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서 낙태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과 낙태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찬반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

낙태 이슈가 불거지자 찬반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서 낙태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과 낙태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찬반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

다시 기독교계에서 '낙태'가 이슈가 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면서 전국적으로 찬반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급기야 지난 2일 전국 600여 도시에서 낙태권 보장을 촉구하는 대규모 '여성 집회(Women's March)'가 열리기도 했다. LA다운타운에서도 이날 수천 명의 여성이 참가한 가운데 퍼싱 스퀘어에서 시청으로 이어지는 집회가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연방법원 텍사스주 서부지법(담당판사 로버트 피트먼)은 지난 6일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에 급제동을 걸었다. 로버트 피트먼 판사는 "공화당 의원들이 헌법에 보장된 낙태권을 부정했다"며 법 효력을 일시 중단시켰다.



낙태 문제에 따른 논란은 기독교가 존재하는 이상 잠잠할 수가 없다. 게다가 기독교내에서도 낙태에 대한 찬반 논란이 존재한다. 심장박동법 중단에 따른 교계내 시각들을 알아봤다.

텍사스주 시행 계획
연방법원에서 제동
한인 교계 등도 반발
29일 다민족 기도회


오는 29일 풀러턴 지역 은혜한인교회에서는 다민족연합기도회가 열린다.

한인 교계 주도로 매해 흑인 백인 히스패닉 등 타민족 교계 관계자들이 모여 미국이 당면한 문제를 두고 기도회를 진행하는 행사다. 때문에 기도 제목 등을 살펴보면 보수적 색채가 짙은 교계가 우려하는 이슈들을 엿 볼 수 있는데 이중 하나가 바로 '낙태' 문제다.

은혜한인교회 한기홍 목사는 "낙태 문제는 성경적으로 생명에 대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낙태 완화 정책은 생명 경시 사상이 팽배한 것으로 미국이 점점 타락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인들의 기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낙태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텍사스주가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한 일명 '심장박동법(Heartbeat BillㆍSB8)' 때문이다. 이 법은 낙태 금지 시기를 현행 20주에서 태아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6주로 앞당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6주는 여성이 임신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시기라서 사실상 '낙태금지법'으로 불린다.

텍사스주의 그렉 애보트 주지사(공화당)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생명의 권리를 주는데 매년 수많은 아이가 낙태로 사라지고 있다"며 법안 서명 의사를 밝혔다.

이로 인해 보수 기독교의 근간인 남동부의 '바이블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텍사스주의 심장박동법 제정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이 여성들의 낙태 권리를 보호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텍사스주가 낙태 금지법을 제정하자 플로리다 아칸소 사우스캐롤라이나 켄터키 오하이오 등 보수 성향의 주들이 잇따라 낙태 금지와 관련한 주법을 재검토 또는 개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곧바로 반발을 불러왔다. 여성 단체 시민 단체 등은 이 법이 "여성의 낙태권을 제약하는 잔인하고 극단적인 법"이라고 비난했다.

여성들은 즉각 '나의 몸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 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는 지난 2일 전국 600여 도시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낙태 반대 시위를 촉발했다.

기독교계 내에서도 낙태 문제에 대한 관점은 저마다 다르다.

프린스오브피스루터런교회 캐런 캐스퍼슨 목사는 "신은 우리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셨는데 타인의 선택권을 내가 뺏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낙태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이 사회를 암흑기로 되돌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인이자 학부모인 이세린(43.어바인)씨는 "낙태법이 완화된다면 일반적 임신의 경우에도 여성의 권리를 명목으로 생명을 없애는 행위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질까봐 우려된다"며 "텍사스주의 법은 그러한 면에서 함부로 자행될 수 있는 낙태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일 연방법원 텍사스주 서부지법이 법무부가 낙태금지법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텍사스주를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 "심장박동법은 여성의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며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갑자기 '심장박동법' 시행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텍사스주는 곧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다.

미주성시화운동본부 송정명 목사는 "연방지방법원에서 낙태금지법을 뒤집은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인 교계에서도 대체로 낙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텍사스주가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만약 심장박동법이 연방항소법원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이 문제는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의 판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낙태 이슈는 워낙 사회적 종교적으로 첨예하기 때문에 만약 심장박동법 문제가 연방대법원까지 간다면 최종 판결은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그때까지 낙태 문제는 사회뿐 아니라 교계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대법원은 이미 지난달 1일 심장박동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반면 지난해에는 루이지애나주의 낙태 제한법에 대해서는 여성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낙태 옹호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현재 연방대법원에서는 임신 15주 이후일 경우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에 대해서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낙태 권리 인정한 판결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소송


낙태 논쟁에서 늘 등장하는 용어는 '로 대 웨이드(Roe vs Wade)'다. 요즘 주별로 낙태 금지 옹호 등의 입장이 맞붙으면서 '로우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한 배경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로 대 웨이드 소송의 최종 판결이 내려진 건 지난 1973년 1월23일이었다. 이날은 미국에서 낙태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바뀐 날로 기록되고 있다. 그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낙태는 완전한 불법이었다.

당시 텍사스주에 살고 있던 노마 매코비(당시 가명 제인 로)는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하자 낙태 시술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낙태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매코비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텍사스주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매코비의 상대는 주검사 헨리 웨이드였다. 이 때문에 '로 대 웨이드'라는 용어가 붙여진 것이다.

결국 법원은 매코비의 손을 들어줬고 이 판결은 미국내에서 낙태가 합법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법률적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30여년 후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2005년 1월17일 매코비가 낙태에 대한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 오히려 '로 대 웨이드' 판결에 항소를 제기한 것이다.

당시 매코비는 항소장에서 "낙태 후 아이의 생명을 없앤 것에 대해 심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판결 이후 낙태를 했던 여성들과 생명이 사라진 수많은 아이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느꼈다"며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용서함을 통해 나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으며 이제는 다른 여성들을 심적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싶다"고 밝혔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당사자가 기독교 신앙을 접하면서 낙태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이다. 당시 매코비는 신앙인이 된 뒤 "나는 당시 변호사(사라 웨딩턴)에게 속아 낙태의 권리를 얻어내려는 미끼로 이용됐다"며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낙태를 지지하지 않는다. 강간범에 의해 임신을 하더라도 '생명'인 것은 분명하며 우리가 신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매코비는 지난 2017년 심부전증으로 인해 6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