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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람쥐 쳇바퀴 같은 예산 전쟁

미국 정부 재정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일시적 업무정지 사태(shutdown)와 국가 채무불이행(부도) 때문이다.

셧다운이란 말그대로 연방정부의 업무가 중단됨을 의미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관련된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셧다운 진행일부터 모두 중단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멕시코 장벽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무려 35일 간 연방 정부 업무가 정지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도 오바마 케어 예산안 처리 실패로 인해 셧다운(2013년 10월 1일 ~ 16일)된 바 있다.

수십만 공무원들이 무급 휴가에 들어갈 뻔한, 지난 1976년 이후 21번째 셧다운은 가까스로 면했다. 연방의회는 지난달 30일 정부 폐쇄 시한을 눈앞에 두고 2개월짜리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12월3일까지 ‘예산전쟁’은 계속되겠지만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 이번엔 부채한도(debt ceiling)가 발등에 불이다. 여전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연방의회가 정한 채무 한도는 28조4000억 달러. 한도는 이미 찼다. 따라서 오는 18일부터는 더 이상 채권을 발행할 수도 없다. 기존 채권에 대한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미국 초유의 ‘국가 부도(default)’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둘러싼 연방의회 내 갈등은 아직까지 해결될 기미가 없다. 부채한도 상향 법안과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아젠다인 인프라 및 사회복지 예산안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3조5,000억달러 예산의 규모가 너무 크다며 반대하고 있는데다 민주당내 진보성향 의원들조차 사회복지 예산안과 분리해 처리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이래저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올해 7월 말까지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선 설정을 유보하기로 지난해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후속 입법에 실패, 지난 8월부터 비상수단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그 마저도 이달 18일이면 고갈된다.

이에 하원은 지난달 말 부채 한도 설정을 내년 12월 16일까지 유보하는 법안을 처리했지만, 공화당의 저지로 상원에서 두 차례 부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 한도 상향은 오래된 빚을 갚기 위한 것"이라며 공화당의 동참을 촉구하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부채 한도 상한법을 처리하려면 예산조정 절차를 쓰면 된다고 반박했다.

예산조정 절차는 상원의원 51명만 찬성하면 가능하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씩 반분한 상황이다. 찬반 동률시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 일은 간단하다.

민주당은 그러나 인프라 및 사회복지 법안에 이 절차를 쓰고 싶어 한다. 따라서 부채 법안 통과에 공화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바이든이 공화당을 향해 러시안룰렛을 중단하고 "투표해서 이 혼란을 끝내자"고 거듭 강조하는 속내다.

만에 하나 채무불이행 사태가 닥치면 미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경제 활동이 약 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6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실업률이 9%에 육박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부도를 막기 위해 부채 한도를 여러 차례 올린 적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엔 공화당이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 부채 한도를 올렸다. 민주당은 이번에는 공화당이 부채 한도의 상향 조정에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백악관과 민주당은 국가부채 한도 올리기는 초당적인 이슈이므로 다른 사안과 연계해 가로 막아 불필요한 경제불안을 부채질하지 말라며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국가부채 한도를 올리려면 그만큼 적자를 감축하기위해 정부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서로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며, 상대방이 마지막 순간 물러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치킨 게임’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분명한 것은 미국 경제에 유성이 충돌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여야는 지금까지 국가부채한도 상향을 놓고 격한 대립을 벌이다가 충돌직전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이 게임을 지켜보는 관중들의 마음은 찹찹하다. 오징어 게임을 지켜보는 VIP들과 같은 여유가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후유증으로 경제는 계속 흔들리고 있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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