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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

필자는 지난 8월말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로 부임하면서 자동차 구입을 위해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있는데 신차는 반도체칩 부족 문제로 재고가 없어 할인은 커녕 웃돈(프리미엄)을 더 얹어야 살 수 있고, 출고된 지 3년된, 모 브랜드 중고차 가격의 경우 연초 1만8000달러에서 8월에 2만4000달러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모델에 따라서는 중고차와 신차 가격이 똑같은 기이한 현상도 목도했다. 중고차 가격 급등 현상을 실제 경험하고 나니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지금 미국경제와 관련된 가장 뜨거운 이슈중의 하나는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일 것이다. 결과에 따라 테이퍼링이나 금리정상화 등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대규모 경기부양책 추진 효과, 백신접종자 증가 등에 힘입어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보상소비(pent-up consumption)가 증가하면서 지난 8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5.3% 상승해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6월과 7월의 5.4%에 이어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연준의 베이지북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찾아볼 수 있는데, 동 보고서에서는 최근 미국경제의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으며 물가상승 속도는 높아져 있는 상태라고 언급하면서 원자재 등의 부족으로 가격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이어졌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준은 최근의 물가 오름세가 과거와 같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8월말에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최근의 물가상승세는 팬데믹과 경제재개에 직접적 영향을 받은 일부 재화·서비스의 가격상승 등으로 인한 일시적(transitory) 현상이라고 강조한 바 있으며, 폴 크루그먼 등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과도기적인 현상이며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경우 연준은 긴축 기조로 전환해 물가안정 책무를 우선할 의지와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주장을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최근 트윗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두 배로 뛰어오른 집값 상승이 아직 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면서 “주택은 근원 CPI의 40%를 차지한다”고 언급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짐 돌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주택가격 상승은 임대료 상승의 선행지표이며 임대료는 CPI 주거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주택가격은 임대료에 약 18개월 지연 반영되는데 이는 주택가격 상승이 향후 주거비 부담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례 없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확장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실물경기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이에 힘입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델타 변이 확산 등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보다는 향후 경기회복 상황, 원자재가격 동향 및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의 변화 등을 예의주시하며 실물부문 지원 노력을 지속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과연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가는 분기점이 될까? 앞으로 발표될 물가지표와 FOMC 회의 등에서의 연준 발언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구자천 / 뉴욕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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