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교인들끼리도 다툰다
미국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의 국제선교이사회가 교단 산하 선교사들에게 사실상 백신 접종 의무화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남침례교단측은 "이번 결정이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선교 지역으로 선교사들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려면 이러한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남침례교단측은 "이번 의무화 정책으로 인해 일부 선교사들과 선교 단체 직원들이 교단을 탈퇴하거나 동역 중단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높다. 접종 여부를 두고 선교사의 젖줄인 교회 지원 등을 중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강제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남침례교 뿐 아니다. 기독교내에서도 백신 접종과 관련한 논란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들을 알아봤다.
접종 교인들은 미접종자 비난
미접종자는 "왜 강요하나" 반발
주류 교계에서도 의견 분분해
접종 여부로 비난은 주의해야
개인과 공공선 차원 생각 필요
폭넓은 사고 비판적 시각 필요
최근 오렌지카운티 지역 한 교회에 다니는 김모 집사는 구역모임에서 백신 접종 문제를 두고 다른 교인과 논쟁을 벌였다.
미접종자를 백신과 '짐승의 표(666)'를 동일시하는 음모론에 빠진 부류로 매도하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김모 집사는 "나도 백신을 접종했지만 각자 생각이 있는데 무조건 타인에게 접종을 강요하거나 사정도 모르고 비난만 할 수 없다고 본다"며 "내 주변에는 실제 접종을 안한 기독교인도 많다. 코로나 확산을 막고 자신과 이웃을 위해 접종했다는 기독교인들이 정작 '이웃'을 헐뜯는 오류를 범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신은 물론 마스크 착용 등 보건 규정에 대한 의견 충돌도 있다.
LA지역 한 대형교회에서 안내 사역을 담당하는 서수혁(42)씨는 최근 한 방문자와 마찰을 빚었다.
서씨는 "마스크를 안 쓰고 있기에 정중하게 마스크 착용을 부탁했더니 상당히 공격적인 말투로 반문을 하더라"며 "그 교인은 '목사는 설교할 때 마스크를 안 쓰지 않느냐. 나는 왜 써야 하느냐'고 했다. 너무나 이기적인 모습에 언쟁을 벌일 뻔했지만 참았다"고 말했다.
코로나와 백신 이슈는 저마다 견해가 다르다.
케빈 김 목사(호프커뮤니티교회)는 "교인들 중에도 교회의 방역 정책이나 백신에 대한 의문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 그에 따른 말다툼 등 논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며 "접종 여부를 떠나 시대적으로 기독교인으로서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한 다툼이 독선적인 태도로 나타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교인 이모씨는 "백신 접종을 '짐승의 표'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일을 국가 특정 기관 다수 등이 보기 좋은 명분을 내세워 강제할 수 있다면 훗날 얼마든지 그런 부분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팬데믹때 당국이 교회 예배 금지 등 다른 영역에 비해 얼마나 규제를 심하게 했는가. 이번 백신은 당국이 종교적 신념을 통한 거부 사유까지 배제시킬 정도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기독교인으로서 한번쯤 생각은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류 교계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제프 슐츠 목사(인디애나폴리스페이스교회)는 "백신 접종 장려 등은 교회가 지시할 사항이 아니다. 교인들이 의사와 상담해서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며 "목사는 부작용 등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의학적 자격을 갖고 있지 않다. 대신 타인의 결정을 존중하라고 요청하며 교인들이 백신의 긍정적인 부분을 볼 수 있게 돕는 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맨디 스미스 목사(신시내티유니버시티크리스천교회)는 "신학적 차원에서도 백신 접종은 별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 분야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의학 전문가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며 "아이들이 함께 뛰놀고 우리가 함께 성찬식을 할 수 있다면 접종은 개인을 위한 게 아닌 전체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데이비드 최 목사(리버티신학교)는 "얼마전 한 교인으로부터 비접종자를 비난하고 원망하는 말을 들었다"며 "사실 비접종은 '죄'도 아니고 공공을 해치려는 범죄 행위도 아니다. 교인들은 백신 접종 여부를 갈등의 구도 속에서 인식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독교인 다수가 정말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을까.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스턴일리노이대학 라이언 버지 교수는 최근 '데이터 포 프로그레스(Data for Progres)'를 통해 종교인과 비종교인에 대한 백신 접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최소 1회 이상) 비율은 복음주의 기독교인.가톨릭 교인(각각 62%)이 비종교인(47%)보다 높았다.
버지 교수는 "인종 소득 교육 수준 성별 등 여러 변수를 통해 분석해봤다. 통계적으로보면 종교와 접종 여부 사이에서 어떤 유의미한 관계는 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비접종에 대한 원인을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에게 돌리기보다는 젊은 비종교인들을 의미하는 '넌스(nones)'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기독교계에서는 개인을 포함한 공동체 전체를 위한 '공공선(common good)'을 강조한다.
남침례신학교 앨버트 몰러 총장은 먼저 "나는 백신을 접종했다. 그러나 정부나 타인이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전제했다.
몰러 총장은 "대신 공공선은 선행 사랑 배려 타인을 위한 봉사에 우선 순위를 둔다"며 "기독교인들은 접종을 그러한 관점에서도 생각해보고 그에 따른 성경적 원칙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커버넌트신학교 루크 보보 박사는 "한 예로 흑인 목회자들 입장에서는 터스키키 매독 실험 헨리에타랙스 암세포 추출 논란 등 의학 개발에 흑인들이 이용된 부분이 있기에 폭넓은 관점에서 이 주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목회자들은 오히려 백신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목사가 강요하는 게 아니라 성도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데 필요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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