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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한글의 매력

세종은 문자 공부 자체가 무척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요즘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공부하는 사람 중에는 언어의 신비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영어를 배울 때도 어원에 관심이 많지요. 라틴어에 관한 책에 관심을 갖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문자에 대한 관심이 더했을 겁니다. 한자라는 글자 자체가 어원을 생각하고 발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문자였습니다.

세종은 문자학이나 운학에 대한 자신감도 대단하였던 듯합니다. 최만리 등의 상소에 답을 하면서 “네가 운서(韻書)를 아느냐. 사성칠음(四聲七音)에 자모(字母)가 몇이나 있느냐. 만일 내가 그 운서를 바로잡지 아니하면 누가 이를 바로잡을 것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집현전 부제학이었던 최만리도 당대의 학자입니다.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언어학에 대한 배움이 깊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종은 본인의 언어와 문자에 대한 관심을 총동원하여 한글을 창제한 듯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전체 창제 과정은 세종의 노력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글의 기원을 인도의 범어나 몽골의 파스파문자, 중국의 옛 전자까지 다양하게 찾아서 증명하려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논의가 모두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종께서 문자에 관심이 많았고, 문자들의 장점을 찾아 우리말의 체계에 적용하려 하였기 때문입니다. 글자의 순서, 모양, 체계 등에는 당시 우수하다고 생각된 글자의 체계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물론 우리말의 특성에 맞추어서 말입니다.

한글 자음 글자 체계에서 가획의 원리나 병서의 원리는 문자의 효용성에 획기적인 이득을 주었습니다. 자음 글자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라는 설명의 근거가 됩니다. 또한 발음기관을 상형하였다는 점은 무엇보다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글자의 창조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많은 현대의 언어학자들이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한글을 현존하는 최고의 문자체계라고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한편 저는 우리말의 특성에 딱 맞는 접근은 모음 글자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말 모음은 모음조화라는 흥미로운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말의 모음은 밝은 느낌과 어두운 느낌을 나누어 보여줍니다. 이른바 음양의 조화입니다. 인간 언어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감탄사부터 그렇습니다. 감탄사 ‘아와 어’, ‘오와 우’의 느낌을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최소한 한국 사람은 듣자마자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아와 오는 밝고 긍정적이지만, 어와 우는 어둡고 부정적입니다. 음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의성어와 의태어도 그렇습니다. 웃음소리를 예로 들어보면 하하와 허허, 호호와 후후의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흐흐흐는 어떤가요?

심지어는 모든 낱말에 모음조화의 느낌이 담기기도 합니다. 물론 전부는 아닙니다만, 밝고, 가볍고, 맑은 느낌에는 밝은 모음이 주로 쓰입니다. 반면 어둡고, 무겁고, 흐린 느낌에는 어두운 모음이 주로 쓰입니다. 지금 설명한 단어도 모두 그렇습니다. 반대말이 있는 경우에는 그런 느낌이 더 잘 드러납니다. 가다와 서다, 달리다와 멈추다, 아침과 저녁의 느낌을 봅니다. 심지어 사계절의 이름도 그렇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단어를 발음해 보면 계절에 대한 우리 조상의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음의 느낌을 글자에 담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의 동쪽에 하늘이 있는 모습, 즉 동쪽에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밝습니다. 어는 반대로 해가 지는 모습이니 어둡습니다. 오와 우도 추론이 가능할 겁니다. 글자의 모양에 음양의 조화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어에 딱 맞는 음양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한글의 매력은 언어학의 전문가인 세종이 수많은 언어와 문자를 살피고 우리말에 잘 맞는 문자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한글은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매력적인 글자입니다.


조현용 / 아름다운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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