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앤 테크놀로지] 미디어 아트 2: 자연을 표현한 테크놀로지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미디어 아트에서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70년대 시게코 쿠보타의 실험은 하이테크 보다는 어린이들의 놀이미술처럼 직관적이면서 순수하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 아트가 나타나기 직전 플럭서스 미술운동에 참여했던 백남준, 쿠보타 등은 놀이와 도교의 자연 친화적 철학을 결합하였다. 조형설치물은 아주 현대적이면서도 낯설다. 한편 설치 작품에 포함된 비디오로 재현되는 강, 산, 폭포 등은 대중들에게 친근한 자연의 대표적인 모습을 담았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뉴미디어 아트는 날아가는 새, 떨어지는 폭포, 떨어지는 꽃잎 등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이이남 작가, 중국의 썬쉰(Sun Xun) 작가 등의 작품에서 보듯이 전통 회화의 포맷, 소재, 이념 등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황공망의부춘산거도처럼기다란 두루마리형 화면이 갤러리 벽면에 펼쳐진다. 뉴미디어 아트의 현란한 테크놀로지는 하염없이 흘러가는 강물과 멀리 날아가는 기러기, 떨어지는 낙엽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를 제작한 인류에게나 21세기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 아트의 관람객들에게나 자연은 여전히 존엄과 경외의 대상이다. 자연을 담아내려는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상상력과 독창성이 잘 결합한 유일무이한 자연의 형상들이 관객들이 실제 자연을 경험하도록 영감을 되돌려주기 바란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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