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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싸리 빗자루

하늘에 싸리 구름 하나 불러세워
바람은 결결이 가을을 쓸고 있다

들풀에 젖은 머릿결을
푸른 나무에 누런 새치들 뽑아놓고
이리저리 결 무늬 바꾸면서
누구도 색깔을덧칠할 수 없고
생김새를 성형할 수 없는 천연


그 자체가 자연이다

가을과 나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아랫결은 어제의 발자국
윗결은 내일에 빛들이
나는 싸리비를 들어 쓸고 싶다

튼실히 묶어 마당 한켠에 세워 놓았던
아버지의 시간들 그리고 그 아버지의 시간들을
누구도 값을 요구할 수 없는 한 결은 오름으로
부피를 잴 수도 없는 한 결은 내림으로
잣대를 그을 수 없는 삶이 우리이다.


임의숙 / 시인 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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