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내가 춥다
불이 탈 때 꼬리 내린 달에서어둠은 배가 고프고
자정에 고양이의 눈은 더욱 커진다
밤비가 소리를 세운다
잃어버린 나를 가지고 온다
잎의 입술이 마르는 것은 구월의 긴 낙서인가
창 너머 수척한 꼭지들
있을 곳이 없는 울음은 밖으로 나오고
마른 땅의 뒤꿈치를 밟고 곧추세우는
구월의 열정들은 아프게 멈춰서 있다
이사 온 창에도 눈이 내리겠지 낯설게 내리겠지
내가 기억하는 빈집의 뒤란에도
나의 그림을 그리던 빈방에도
시간은 설익어 녹지근한 눈을 감고
미처 챙겨오지 못한 북적이던 소리들과
귀퉁이 먼지 속의 애착들까지
내 안에 멀리 뛰어갈 길이 있나
뜬금없이 나를 찾고 있는 나
속에서 바람을 빼내는 일은 잡초를 뽑아내는 일
그리고 잊어버리는 일
주인을 따라 오지 못한 것들의 죄목은 무엇일까
커다란 벽 호랑이 암수
동백꽃에 앉아 있는 참새 두 마리 우짖는 소리 들린다
놓고 갈 순 있어도 잊을 수는 없는 것
손정아 / 시인 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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