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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직지, 그 찬란한 한국의 문화유산

세계에 널리 자랑할 만한 한국의 빛나는 문화유산은 참으로 많다. ‘직지(直指, Jikji)’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유산으로 꼽힌다.

그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 공인된 것이 2001년 9월 4일이었다. 올해로 20주년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매해 9월4일을 ‘직지의 날’로 지정해 기리고 있다.

LA에서도 등재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는데 행사를 마련한 ‘직지 LA 홍보위원회’ 관계자들은 직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고 안타까워한다.

직지는 공식적으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남아있는 책은 고려시대인 1377년에 청주 흥덕사라는 작은 절에서 인쇄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므로, 최소한 구텐베르크가 간행한 금속활자본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세계 기록유산이다.



여기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라고 표현하는 까닭은 현재 남아있는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 뜻이다. 기록에 의하면 직지 이전에도 금속활자 인쇄물이 존재했으나, 안타깝게도 오늘날에 전해지지 않는다. 고려시대의 금속활자가 발굴되어, 연구 중이기도 하다.

금속활자의 발명은 지구상에서 지난 천년 동안에 일어난 가장 위대한 사건이며, 인류 문화역사 최대의 발명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속활자의 발명으로 책을 대량으로 지속적으로 또 빠르게 찍어낼 수 있게 되어 지식과 정보의 기록과 확산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였고, 인류문화 발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요새로 말하면 컴퓨터에 맞먹은 큰 영향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발명이다.

그런 획기적 지식 혁명의 선두에 한국이 서있는 것이다. 그러니 당당하게 자랑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제대로 알고 사랑하고 자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초임은 인정하나, 당시 기술의 한계를 명확히 직시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라는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글자 그대로 가장 오래되기는 했지만, 인쇄의 기술적인 면이나 사회에 미친 파급력 등에서도 으뜸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직지에서 배워서 만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지가 자랑스러운 것은 그 책에 담긴 내용과 그런 책을 발간한 시대정신이 위대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금속활자를 만드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팔만대장경을 새기는 것 같은 고려 사람들의 빼어난 정신세계의 정수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쇄술의 발달이란 활자의 발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종이나 먹(잉크) 등의 기술이 함께 발달되어야 하고, 지식의 확산을 바라는 사회적 욕구도 있어야 한다. 즉 사회 전체의 수준과 시대정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이어받아야 할 점도 바로 이런 정신적 유산이다.

현재 남아 있는 직지는 하권 뿐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약탈품이 아니기 때문에 반환 운동은 불가능한 상태다.

직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박병선(1928~2011년) 박사를 빼놓을 수 없다. 파리 국립도서관에 처박혀 있던 직지를 찾아내, 세계 공인을 받기까지 혼자서 애쓴 주인공이 바로 박병선 박사다. 그밖에도 ‘조선왕실의궤’를 찾아내는 등 문화재반환운동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참다운 애국자의 모습이다. 그런 공로로 ‘직지의 대모’ ‘문화 독립운동가’로 존경을 받고 있고,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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