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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추석 유감

지난 화요일은 한국에서 추석이다. 미국은 그냥 평범하게 일하는 날이다. 한국에서 이민 온 소위 1세대는 물론, 최근 온 사람들까지 이민자들은 문화 충돌을 실감하였을 것이다. 추석은 고래(古來)로 농촌에서 한해 농산물 수확을 기념하는 동네 대잔치다. 한국은 한국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날짜와 방식은 틀리나 가을 수확물을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축하하는 자리다. 다만 농촌의 도시화로 대부분 멀리 있는 도시의 자식들이 부모가 있는 집으로 모처럼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국은 음력 8월 보름이면 자동차가 온 도로에 미어 터지며 기차표도 구하기 힘들 지경이다. 미국은 11월 넷째 목요일이면 하늘이 미어 터진다. 항공 대란이다. 공항에 몰리는 젊은이들로 비행기가 연발(延發)이라도 하면 공항 바닥에 누워 자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뉴욕서 LA까지 비행 거리가 6시간이니 공항에 나가고 준비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는 족히 걸린다. 미국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로부터 완전 독립이다.
이상하게 자기가 살던 집과는 먼 도시의 대학이나 직장으로 선택해 부모들은 마치 한국에서 아들 논산 훈련소로 보내는 것 모양 대학 기숙사에 도착하면 서로 부등켜 안고 눈물 부르스다. 그때부터 가족간 만남은 죽을 때까지 추석 아니면 성탄절이다. 대신 기념 카드와 전화기는 열이 날 지경이다.

한국 이민자들은, 많은 아시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모국에서 추석이 되면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우선 한국의 일가 친척들과 전화라도 안부를 나누다 보고, 한국 뉴스를 TV로 보면 한국 추석을 덩달아 쇠게 돼 괜히 마트에 가서 송편이라도 하나 들고 와 그냥 씁스레하게 혼자 씹게 된다. 그러나 미국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면 또 한번 싱숭생숭해진다. 우선 자식들이 그 험한 비행기를 타고 와 며칠씩 묵고 가고, 잘 못하는 요리지만 칠면조 한 마리를 그 전날부터 구워 미국식 한국식 음식을 곱배기로 섞어 이른 저녁으로 몇 시간을 때운다. 물론 다음 날이면 저희들 어릴 적 친구 만나러 나가지만 그래도 집안이 꽉 찬 분위기다. 그러나 잠깐의 폭풍이 사라지면 그래서 한국 교회로 몰린다. 매주 동족 구경은 그곳 밖에 없고 믿음도 강해진다. 아이들이 떠난 후유증도 치료돼 일석삼조다.

추석은 신라 때부터 몇천년 이어온 전통이고 일년의 큰 중심으로 한가위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구정(설)과 단오(端午)와 함께 3대 명절이다. 단오는 잊혀진 명절이기는 하지만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고, 특히 여성들은 창포로 머리를 감고 널뛰기를 한다는데 요즘 노란머리 MZ세대에게는 어쨌든 이를 잘 이어오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금년 미국 추수감사절은 코로나 흉악범으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선뜻 가기도 그렇고 오라고 하기도 그렇다. 공항 검색과 복면 당한 추석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이제는 무색해졌다.

대부분의 나라는 추석이 있다. 그러나 추석이 없는 국가는 중동 사막이다. 그대신 "라마단"이라 하여 8월 말경부터 한달간 금식을 하는데 낮에만 굶고 밤에는 어느 때보다 풍족히 먹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때가 추석이라고 한다. 낮에는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지만 저녁상은 푸짐하고 자식들에게는 선물도 주어 아이들에게는 이때가 추석이다 하며 매년 기다린다. 이 기간 그들은 자신도 굶어 빈자(貧者)의 아픔을 체험하고 적선 활동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한다.

추석은 가을이다. 일년 중 가장 익어가고 수확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감사하며 생각도 깊어지는 시기다. 신이 내린 달은 더욱 다가와 진하게 빛난다. [hanprise@gmail.com]


한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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