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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노인과 운전

사람을 칠 뻔했다. 백팩을 걸머진 젊은이다. 우리 집 근처의 교차로에서 나는 정지했다가 녹색 신호가 켜져 좌회전을 하는데, 그 젊은이가 길을 건너려고 뛰어왔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는 멈칫하더니 화들짝 길을 건너갔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가로등이 희미한 교차로다.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서 좀 밝은 가로등을 설치할 수 없을까. 그날 저녁 조카네 집에 가서 생일 파티에 참석하여 저녁을 잔뜩 먹고 집으로 오던 중이었다. 식곤증으로 눈이 침침하고 드러눕고 싶었다.

과식하지 않겠다고 항상 다짐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식곤증인가 그렇지 않으면 시력에 문제가 있는가. 정기적으로 안과의사의 검진을 받고 있다. 의사의 권고대로 나는 피시 오일과 루테인을 복용하고 있다. 또 글리세린이 함유된 윤활액을 아침마다 눈에 넣고 있다.

자동차 운전도 북녘 고향에서 내가 소년일 때 달구지를 다루던 것처럼 위험하다. 소가 끄는 두 바퀴가 달린 달구지를 가지고 언덕이 가파른 산으로 나무하러 갔다. 죽은 사람 입에 넣어주는 쌀, ‘사지(死地) 밥’을 가지고 달구지를 다루라라는 말이 있었다. 가파르고 좁은 언덕에서 소고삐를 놓치면 달구지 바퀴에 깔려 죽을 수 있다.



나는 그때와 같은 각오로 자동차 핸들을 잡는다. 순간마다 위험을 극복하는 운전은 몇 년 운전했다고 연수로 따지면서 항공기는 몇 백 시간 조종했다고 시간으로 따진다.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자동차 운전이 항공기 조종보다 더 위험하다. 지난 노동절 주말에 미국에서 수천 편의 비행기가 뜨고 내렸으나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 자동차 사고로 매년 노동절과 기타 공휴일 주말에 5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운전하다가 위험을 직감하면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위험을 인식, 판단, 반응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시력, 청력, 기타 신체기능이 감퇴하는 노인들을 위하여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40시간의 안전운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거의 모든 자동차 보험회사에서도 안전 교육을 제공한다. 자동차 보험회사인 AAA에서 ‘Think faster, focus better, react quicker’를 강조하는 ‘Drivesharp’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인이 계속 운전하려면 체력을 단련해야 한다. 그리고 순발력도 개발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필요는 발명의 모태다. 나는 어린이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닌텐도 게임을 샀다. 작은 박스 안에 몇 백 개의 게임이 들어있다. 좋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아침저녁으로 30분씩 게임을 한다. 재미있다. 무슨 기능이든지 재미있으면 더 빨리 배운다.

내일 모레면 구십이 되는 노인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닌텐도 스위치를 만지작거리는 광경을 보면 꼴불견이라고 비웃을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비웃어도 좋다. 노인이 운전하지 못하면 날개 부러진 새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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