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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싸울 의지 없는 나라는 멸망한다

탈레반은 8월 15일 아프간 대통령궁을 접수했다. 미군을 태운 마지막 수송기가 8월 30일 밤 11시 59분 카불을 떠났다. 한국에서는 미군이 한반도 분단 고착의 원흉이라며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군 철수”를 외치고 있다.

거짓이 사실로 위장한 역사의 한 예를 보자. 1918년 11월 11일 11시 1차 대전 종결 후 독일 군부와 우익 세력은 독일이 전쟁에서 패한 것은 반역자들(공화주의자와 유대인)이 꾸민 후방 교란 때문이라고 믿었다. 사실이 아니었다. 이러한 귀인(歸因) 오류는 나치 등장의 한 요소가 됐다.

올여름 한국은 점령군·해방군 논쟁을 벌였다. 수사학적 접근 없이 두루뭉수리로 넘어갔다. 점령군의 정확한 함의는 ‘일본군 무장 해제를 위한 점령군’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점령’을 ‘해방’이라 한다.

1950년 6월 28일 기습 남침한 북한군이 중앙청(경복궁 자리)에 인공기를 게양했을 때 조선중앙방송은 “서울은 해방됐다”고 보도했다.



여우가 새색시로 둔갑한 어법을 ‘정치 언어(double speak)’라 한다. 조지 오웰의 말을 빌리면 “정치 언어는 거짓말을 참말로 들리게 하고 살인을 훌륭한 일로 둔갑시키며 기체를 고체로 보이도록 고안된 것이다.” 나치는 ‘시민’을 ‘국민 동지’, ‘전쟁 준비’를 ‘평화 확보’, ‘정당한 법 절차를 밟지 않은 투옥’을 ‘보호조치’라 했다. 유대인 학살이 만 단위로 집계되면서 ‘죽음 캠프’를 ‘집결 캠프’, ‘가스실 살인’을 ‘특별 대우’, ‘유대인 절멸 계획’을 ‘유대인 최종 해결책’이라 표현했다.

공산당은 수사에 능하다. 소련의 공식 명칭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SSR)’이다. 러시아어 ‘soviet’는 영어 ‘council(평의회)’에 해당한다. 공산당 관료제가 평의회를 압도해 평의회가 유명무실해지는 운명을 맞았다. 레닌은 러시아 제헌의회의 권력을 빼앗은 후 ‘프롤레타리아 독재’(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넘어가는 과도 단계)라는 미명으로 정치 폭력을 행사했다. 스탈린은 ‘단독 후보’를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더니 그것을 ‘선거’라 했다.

미국이 한반도 분단 고착을 추구했는가. 역사 기록을 들여다보면 소련이 그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45년 10월 1일 마셜 미국 육군참모총장은 맥아더 원수에게 보낸 서신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한국 전체를 위한 단일 행정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열하루 전인 9월 20일 “이용가치가 있는 계층을 포함, 광범위한 연합을 기초로 부르주아 민주주의 북한 단독정부를 수립하라”라는 스탈린의 훈령을 받은 북쪽은 이에 냉담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북한의 남침 소식을 듣자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반응했다. 미국의 즉각 개입이 이뤄졌다. 의회에 선전포고를 요구하지 않았다. 미군의 한국전 참전은 ‘치안 활동일 뿐’이었다.

미군 5만4246명이 사망했다. 장군의 아들 142명이 참전해 35명이 전사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싸울 의지 없는 나라를 위해 전쟁하지 않는다.” 아프간 철군에 즈음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다. 한·미 동맹이 강화돼야 하고 국군은 결기 충만해야 한다.

케네디는 입대를 시도했으나 요통으로 실격했다. 해군 정보국장의 도움으로 2차대전에 참전했다. 트루먼은 시력이 오른쪽 0.4, 왼쪽 0.05였다. 시력 검사표를 암기하며 신체검사를 통과했다. 군대에 가기 위해 몸부림친 청년들이 나중에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의 사례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윤재 / 수사학자·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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