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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감기약 구입보다 쉬운 총기 구매

미국 문화를 이야기할 때 이해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총기’ 문제이다.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총기 규제를 강하게 하고 있지만 미국은 총기 소지가 꽤 자유롭다. 주별로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해도 총기 구매 절차는 까다롭지 않다. 미국에서 총기를 사는 게 감기약 사는 것보다 쉽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다. 연방수사국(FBI) 조사 결과 지난해 합법적으로 판매된 총기가 4000만 정에 달한다. 미국 성인의 44%가 집에 총기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당연히 총기 사고도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주택가에서 한밤중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10초 동안 무려 150발 가까이 쏟아졌는데 근처 고등학생들끼리 세력 다툼을 하다 벌인 일이었다. 이 말도 안되는 10대들의 세력 다툼에 애꿎은 3살 아이가 희생 당했다. 자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지만 미국에선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학교 총기난사도 계속되다 보니 방탄 교실문까지 등장했다. 어린 학생의 총기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다. 총격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피 요령도 있다. 총 소리가 나면 서둘러 교실문을 잠그고 숨어야 한다. 소리도 최대한 내지 말아야 한다. 마치 한국에서 지진 대피 요령을 연습했던 것과 비슷하다.

총기로 희생자가 속출하는데도 미국은 여전히 느긋하다. 미국인들이 총기규제를 반대할 때 종종 꺼내는 카드가 바로 헌법이다. 수정헌법 2조에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무기는 총기, 즉 총의 소유가 국민의 권리라는 것이다. 초기 아메리카 대륙은 땅이 넓은 반면 인구가 적었고 법치가 확립되지 않았다. 가족과 재산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 말을 탄 경찰을 한 달씩 기다릴 수 없었다. 총기 소지는 필수였다. 미국의 독립은 결국 민병대에 의해 이루어졌다.

총기 소지 옹호론자들은 대부분 총기 사고가 정신질환자들이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갑작스러운 위협에서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기 소지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증오범죄가 급증하는 시대, 90대 할머니도 총기를 소지하고 있으면 범죄자들이 함부로 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총기 규제가 덜 한 주가 더 안전하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대표적으로 텍사스는 지난 1일부터 허가증과 면허 없이도 거리에서 총기 소지가 가능한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거리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이 모두 총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괜한 시비, 싸움도 덜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때 총기 수집이 취미일 정도로 총기 광인 사람을 인터뷰한 적 있다. 그는 뜻밖에도 현재 모든 총기를 다 버린 상태다. 그는 "어느 날 내가 살인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총기가 있다 보니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총에 손부터 가져간다는 것이다. 나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결국 총을 소지함으로써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에 대한 총기 규제 압박은 커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총기규제안들은 모두 실패했다. 총기 권리 옹호단체의 힘도 여전히 막강하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켜도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이 계류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총기 정책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홍희정 / JTBC LA특파원·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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