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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계림 이야기

계림(鷄林)은 신라의 다른 이름입니다. 우리나라를 부르는 이름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고려 시대에도 계림이 우리나라를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송나라 사람 손목이 쓴 고려에 대한 견문지의 이름도 계림유사(鷄林類事)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계림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박제상이 생각이 납니다. 왜에 볼모로 가 있는 눌지왕의 동생을 데려오기 위해 왜에 갔다가 눌지왕의 동생은 신라로 몰래 돌려보냈으나 본인은 왜에 잡히게 됩니다. 그때 왜의 신하가 되기를 권하는 왜왕에게 계림의 개, 돼지가 될지언정 왜의 신하는 되지 않겠다고 하여 죽음을 맞이합니다.

신라라는 국명보다 계림이 더 친근한 느낌이 있습니다. 왠지 우리끼리 부르는 이름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거창한 느낌이 적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국가가 바뀌어도 계림이라는 말이 오랫동안 사용된 듯합니다. 신라에서 고려로 왕조가 바뀌었지만, 계림은 여전히 우리나라를 가리킨 겁니다. 조선 시대에도 경주의 계림을 신성시하고, 인조의 명에 따라 조속(趙涑)이 계림을 그린 금궤도가 나타납니다. 계림은 경주 김씨의 시조가 태어난 곳이면서 신성한 숲입니다. 조선 시대에도 계림에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나무도 벨 수 없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만.

저는 계림이라는 표현에서 계(鷄) 즉, 닭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요즘은 닭이라고 하면 그저 음식의 이름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예전에 그림을 보면 닭의 모습도 심상치 않습니다. 닭이 숲에서 운다는 점에서도 닭의 느낌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닭장 속에 빽빽이 있는 닭이 아닙니다. 얼마 살지 못하고, 식탁에 오르는 닭이 아닙니다. 계림이라는 숲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은 모습에서는 신성함도 느껴집니다. 계림에서 발견한 금궤에 알이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알은 새가 낳는 것입니다.

닭은 새입니다. 종종 우리는 닭이 새라는 점을 잊습니다. 닭은 새 중에서도 대표적인 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 늘 만나는 새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어에서는 닭이라는 단어가 그대로 새가 됩니다. 저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계’라는 한자를 뜻으로 읽으면 ‘새’로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숲을 의미하는 ‘림(林)’은 땅의 의미도 될 겁니다. 그렇다면 계림은 ‘새의 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신성한 땅이지요. 예전에 우리는 나무 위에 새를 만들어 올려놓고 신성한 땅으로 삼았습니다. 솟대가 바로 그것이고, 그러한 곳을 소도라고 불렀습니다. 소도에는 죄인이 달아나 들어가도 좇아가 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죄도 물을 수 없는 곳에 새가 있었습니다. 계림의 원래 이름이 시림(始林)임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시와 새가 발음이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새 땅이라는 말을 다른 한자로 바꾸면 신라(新羅)가 됩니다. 신라는 사로(斯盧), 사라(斯羅)라고도 하였습니다. 신라의 신은 새롭다는 의미이고, 라는 땅을 의미합니다. 삼국시대의 지명 등을 보면 나(奈), 내(內)나 노(奴)가 땅을 의미합니다. 신라의 국호가 서야벌이었음도 흥미롭습니다. 서야벌이 바로 서라벌입니다. 서야벌, 신라, 사로, 사라, 시림, 계림이 신라의 서로 다른 이름입니다. 저는 이 모든 국호가 새 벌, 즉 새 땅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여기에서 새는 새로움의 의미이면서 동쪽, 태양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신라의 신이 태양의 의미와 새의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신라는 동쪽에 있는 새의 나라입니다. 신라왕의 성인 ‘박, 석, 김’의 시조는 모두 새와 관련이 있습니다. 하늘의 뜻을 땅에 전한 것이고, 땅의 소망을 하늘에 전하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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