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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Brain on ice

‘Brain on Fire’는 실화를 기반으로 2016년에 만들어진 영화다. 21세의 장래가 유망한 뉴욕포스트의 신참 기자인 수잔나는 갑자기 기침을 시작하며 감기몸살과 비슷한 증상을 앓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손에 마비증세도 느끼고 멍때리기도 하며 행동 장애를 보인다. 간질 발작, 정신분열증, 조울증 등의 성격장애까지 보이며 거칠고 돌발적인 행동으로 발전한다. 의사를 찾아가지만, 파티를 삼가고 술을 줄이라는 경고를 받는다. 본인 스스로 인터넷을 통해 조울증 혹은 양극성이라고 자가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많은 전문의를 찾아가지만, 병명은 찾지 못하고 감정조절은 더욱더 힘들어진다. 정신과 병동에 입원할 것을 종용받자 그녀의 부모는 강하게 부정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나날이 난폭해지고 걷잡을 수 없게 되자 결국 정신과에 입원하고 만다.

거기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반항하고 탈출을 시도하자 안정제를 과다투여 받게 된다. 그녀의 몸과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황폐해가며 의식조차 희미해진다. 그 당시 뇌 질환의 최고 권위자인 Dr. Souhel Najjar에게 의뢰를 요청한다. 몇 가지 검사를 마친 후 그녀의 오른쪽 뇌에 부종과 염증이 진행되고 있음을 가정하고 뇌 조직검사를 한다. 그 결과 Anti- NMDA receptor encephalitis, 즉 Brain on Fire라고 진단을 내린다. 곧바로 치료에 들어가고 긴 재활을 마친 후 7개월 만에 직장에 복귀한다. 그녀의 직장상사는 그녀의 경험담을 책으로 써 볼 것을 권유한다. 그 책 제목이 Brain on Fire로 출간되었으며 영화로 나오게 되었다. 그녀는 이 병으로 진단받은 217번째 환자가 되었다.

올여름은 나에게도 참담하고도 특별했다. 25년 동안 가깝게 지내온 지인이 아주 아팠다. 처음에는 복통과 설사, 그리고 차츰 감기몸살 증세를 보이더니 심각한 근 무력증을 앓게 되었다. 본인은 기운만 없을 뿐 아픈 데는 없다 하는데 곁에서 지켜보니 몸놀림도 인지능력도 비정상이었다. 설득 반 강제 반으로 병원에 입원시켰다. 검사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뇌에 관한 검사는 모두 했다.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녀의 증세는 급속히 악화하여 본인이 누군지, 가족과 지인도 알아보지 못하고 의식이 흐려져 갔다. 음식도 먹을 수 없고 대소변 조절능력도 잃게 되었다. 실어증에 걸리고 팔다리가 경직되고 얼굴과 전신의 근육이 굳어갔다. 코에 호스를 달고 유동 음식을 주입했다. 그녀는 올 1월에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맞았으나 코로나19에 이미 감염되어 항체가 생긴 상황이었다. 광우병까지 의심해 수술실에 가서 근육 조직검사까지 받았다. 결국 Dr. Souhel Najjar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PET Scan을 지시했고 Voltage-gated potassium channel autoimmune limbic encephalitis secondary to Covid-19 infection이라고 진단이 내려졌다. 집중치료(IVIG, Plasma phoresis, rituxan)를 시작한 이후 그녀는 지금 호전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53일간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인 후 지금은 재활병원으로 옮겨 열심히 재활을 받고 있다. 평소에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는 brain on fire가 아닌 brain on ice로 조용하게 병고를 이겨내고 있다. 그동안 뇌 안에서 얼어붙었던 인지능력, 기억력, 전체 몸의 밸런스, 걸음걸이, 언어능력이 이제 서서히 해빙되며 살아나고 있다. 평생을 의료계에서 일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몸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많다. 특히 뇌의 기능은 신비 그 자체다. 지금은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배려로 그녀가 하루빨리 정상으로 되돌아오기를 기도한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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