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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스톤-마운틴의 옐로우-데이지 축제

2021년 9월 10일, 금요일 아침 몇 가정이 스톤-마운틴 공원에 가을 꽃 구경을 간다기에 나도 따라 나섰다. 수박을 반으로 잘라 엎어 놓은 모양인 바위산, 높이가 해발 514 m, 밑 바닥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24km, 그렇게 큰 화강암 덩어리의 바위산은 세계에서도 여기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바위산에 무슨 꽃들이 필까 궁금했다.

다섯 부부가 두 차에 나눠 타고 아침에 스톤-마운틴에 도착하니 공원의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다. 9월 9일부터 12일 까지 바위산 노랑데이지 축제 (53rd Yellow Daisy Festival)일이고, 노랑데이지가 피는 가을마다 53년쩨 계속된 이 지방에서 가장 큰 수공예품 전시회도 공원에서 열리는 것을 거기서 알았다.

전에 두 번 왔을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갔지만, 오늘은 바위 절벽이 비교적 완만한 트레일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바위로만 된 등산길을 올라가고 내려오고 있다. 경사가 급한 부분에서는 쇠파이프로 된 손잡이를 잡고 땀을 흘리며 올라갔다.

바위로만 된 등산길이 시작되는 주변 여기저기 노란 풀꽃들이 바위를 덮고 있다. 꽃 대궁이 내 무릎 정도이고 노란 꽃들이 가을바람에 물결친다. 벌이 꽃 속에서 분주하다. 꽃 한 송이를 눈앞에서 들여다보니, 꽃 판은 데이지 같은데, 8개의 노란 꽃잎들이 동그랗게 둘러 있고 가운데 봉긋한 꽃술이 있다. 작고 많은 노랑데이지 꽃들이 다닥다닥 어울려 가을 바람에 흔들리며 저들만의 비밀과 행복으로 웃고 있다.

데이지는 미국에 야생으로도 흔한 대중적인 꽃이고, 데이지라는 이름을 가진 유명 여자들도 많다. 새하얀 꽃잎들이 동그랗게 펼쳐진 가운데 노란 꽃술이 있는 청순한 데이지, 미국 어린이 노래에(nursery rhyme) 데이지도 있다.

“데이지, 데이지, 내 청혼 들어 줘. / 너의 사랑으로 나는 반은 미쳤어. / 스타일 나는 결혼식은 못해;/ 나는 가마를 준비할 수 없어, / 하지만 너는 예쁠 거야 / 두 사람 타는 자전거 타면!”

“데이빗, 데이빗, 너의 청혼에 내 답이야:/ 나는 너를 미치듯 사랑하지 않아. / 네가 가마도 준비할 수 없다면, / 결혼식도 없어, / 나는 초라할 거야/ 두 사람 타는 자전거 타면.

”어떻게 소방대원들이 이렇게 많이 산에서 내려와요?“ 완전 소방대원 복장과 모자를 쓴 수많은 소방대원들이 산에서 내려와서 물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쌍둥이 빌딩 폭파사건 20주년 추모 식을 이 지역 소방대원 100여명이 산등성이에서 하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테러들이 뉴욕 쌍둥이 빌딩을 폭파할 때 희생된 3천명중에 343명의 소방대원들도 있었다고 했다. 다시는 그런 9.11 같은 사태가 안 나도록 단합대회를 했다고 한다.

바위산 정상에 올라오니 가을 바람이 시원하다. 바위로 된 정상 여기 저기 움푹한 곳에 노랑데이지가 보이는데, 대부분 꽃잎들은 떨어지고 작은 도토리 같이 자란 씨방들이 노랗게 보인다. 씨방을 하나 따서 손가락으로 밀어보니 참깨 알갱이 같은 까만 씨들이 나온다. 바위산 정상의 열악한 환경에서 생명을 미래로 이어가려 씨를 빨리 많이 만든다.

바위산 꼭대기에서 맑은 하늘 아래 먼 지평선이 직선으로 보인다. 돌아가면서 지평선을 보니 그 직선의 연결이 하나의 동그란 원으로 이어진다.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고층 빌딩들도, 멀리 보이는 산들도 더 멀리 보이는 지평선, 대기층으로 이어진 지평선 속에 작은 점들에 불과하다.

바위산 정상에 선 소나무, 키는 3m 정도이나 뒤틀린 줄기가 100년은 살았을 것 같은 소나무 그늘에 앉았다. 나무 줄기 밑에 흙이 없어 구렁이 같은 뿌리들이 옆 바위위로 뻗어나가 바위틈을 찾아 기어들어갔다. 솔바람 소리에 올려보니 수많은 솔방울이 다닥다닥 가지마다 달렸다. 솔방울 속에서 여문 씨들이 수 십 년 동안 바람에 날렸을 것이다. 쉬이 쉬이 솔바람 소리가 속삭인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오. 삶이 고달파도 노래하며 살아야지요. 쉬이 쉬이.’

수공예품 전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손으로 만든 수많은 공예품과 일용품들, 그리고 먹거리들, 우린 나무그늘 밑에 놓인 식탁에 모여 음식 먹고, 즐거운 가을 소풍을 즐겼다.

생존하기 어려운 바위산에서 열심히 꽃을 피워 씨를 만드는 노랑데이지나, 바위틈에 뿌리박고 겨우 생존하면서도 많은 솔 씨를 만들어, 내년 후년 그리고 영원히 그들의 삶을 이어가는 신비한 지혜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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