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 신 미국유람]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움직이는 산
<21>캘리포니아 피너클스 국립공원
매년 1~2인치 북으로 이동
201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
아기자기 하이킹 재미 가득
그 동안 동부, 중부 지역을 주로 소개했는데 이번엔 조금 눈을 돌려 멀리 캘리포니아의 신생 국립공원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이 세상에는 불가사의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오늘 얘기하려는 곳도 바로 그런 곳이다. ‘움직이는 산’이라 불리는 마운틴 피너클스(Mt. Pinnacles)다.
산이 움직인다니? 조그마한 집이 깔고 앉은 앞 마당도 움직이질 않는데 어마어마한 산 덩어리 전체가 움직인다니 거짓말치고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는데 어찌하랴. 그것도 조금만 움직이고 만다거나 한 두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진행형이라면 더 더욱 믿어지겠는가.
그러나 생태 지질학자들이나 고고학자들의 오랜 연구 결과 LA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산이 매년 조금씩 움직여 현재는 샌호세 근방까지 올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 방문자 센터에 가 보면 산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설명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수많은 관련 자료들이 벽에 붙어있다.
이 산을 연구한 학자들의 일치된 결론은 2300만년 전에 LA 북쪽 5번 프리웨이와 138번 도로가 만나는 골만(Gorman)근처 땅속에서 치솟은 붉은 용암 산이 매년 1~2인치씩 북쪽으로 서서히 움직여 갔다는 것이고 그 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천 만년 동안 그렇게 움직여 올라간 거리가 자그만치 190여 마일이란다. 우리 당대에는 이동 거리를 실감하긴 어렵겠지만 분명히 산이 움직이는 것은 맞다고 하니 참으로 이해를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올라가는 동안 침식작용으로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는 채 3000피트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정상의 용암 덩어리 바위들은 서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여전히 장관을 이룬다. 그 풍광 때문에 원래 준국립공원(National Monument)으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2013년도에 국립공원으로 승격이 됐다.
국립공원 전체 면적은 불과 20 평방스퀘어마일 정도로 그리 크진 않지만 유연한 능선과 푸른 초원, 기묘한 봉우리들이 어우러져 전혀 다른 돌연변이의 집합체인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방문객들을 위한 배려도 대단하다.
특히 왕복 1마일 남짓의 발코니 케이브( Balconies Cave) 트레일을 걸으면 암벽 사이로 자연 동굴을 지나지 않을 수 없어 진땀을 흘리게 한다. 이 자연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면 옆에서 코를 떼어가도 모를 정도로 캄캄한 암흑세계로 손 전등이나 헤드라이트는 필수인데 인디애나 존스 영화의 한 장면 속을 걸어가는 듯한 색다른 체험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피너클스 국립공원을 제대로 즐기려면 직접 걸어보는 것이 좋은데 체력이 허락한다면 동쪽 입구에서 시작하는 올드 피너클스트레일(Old Pinnacles Trail)에서 시작해 자연 동굴을 거쳐 주니퍼 캐년(Juniper Canyon Trail)로 정상까지 돌아 나오는 약 8마일의 코스를 권한다.
산을 오를 때 계곡 속 붉은 암석들의 풍광들도 일품이지만 정상에 올라 360도 사방을 내려다 보면 용암 봉우리들의 향연도 형형각색이어서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특히 남근석과 흡사한 바위 앞에 서면 어쩌면 저리도 정교하게 만들었을까 감탄하며 살피느라 다들 서 있는 시간들이 길어지는 걸 보면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 비슷한 듯 싶다.
# 여행메모
마운틴 피너클스 국립공원은 146번 도로를 이용하는데 입구는 101번 프리웨이 302번 출구에서 들어가는 서쪽과 25번 선상에서 들어가는 동쪽 입구 2개가 있다. 피너클스 국립공원을 찾아간다면 하루나 이틀 숙박하면서 중가주 일대 와이너리나 살리나스나 몬트레이 등 중가주 일대 인접 도시도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미국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로 불리는 빅서 일대 태평양 해안 1번 도로를 달려보는 것도 빼놓지 마시길.
김평식 / 여행 등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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