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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칼럼] 추석 선물의 변천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맞는 두 번째 추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을 살펴본 결과 와인(51.5%), 스테이크(20%), 애플망고·샤인머스캣(27%) 세트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아무리 어려워도 한국인은 추석 음식 선물을 포기하지 않는다. 6·25 전쟁 중에도 ‘이 나라의 후방에서 소위 사과 선물 가격이 평시에 두 배’(1952년 10월 4일자, 경향신문)였다.

예나 지금이나 추석 선물의 베스트 스테디 셀러는 소고기다. 당시 서울에서 ‘하루 30여 마리밖에 잡지않던 소를 (추석 때에는) 300여 마리를 잡아도 잘 팔리고’(1956년 9월 19일자, 경향신문) 있을 정도였다.



1950년대 선물이 주로 농수축산물이었다면 60년대에는 가공식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60년대 초반 간장에 이어 통조림(63년), 미원(64년), 햄 소시지 세트(66년), 설탕(67년), 과자종합선물세트(69년)이 연이어 등장했다.

60년대 후반에는 설탕·조미료·밀가루 등 식료품이 주류로 떠올랐다.

선물은 시대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경제 부흥, 백화점 발달과 상품권이 복합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추석 선물 시장도 비대해졌다.

70년대는 식용유·설탕·조미료에 과자까지 가세한 ‘선물세트 시대’였다. 80년대에는 경제 사정이 좋아졌다.

올림픽을 계기로 국내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가공식품에서 지역 특산물·전통주·한우·굴비 등이 다시 각광을 받았다.

93년 신세계백화점이 소비자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21.4%인 133명이 추석 선물로 갈비·정육류를 희망했다. 더덕 세트·자연 송이 세트 등 우리 농산물·토산물을 희망하는 사람도 18.7%에 달해 ‘우리 것’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97년 말에 닥친 IMF 경제위기로 인해 분위기는 급변한다. 이전까지 ‘잘 팔렸던 100만원대 굴비, 200만원대 코냑은 자취를 감추고’(98년 9월 28일, 동아일보), 식용유·설탕·스팸·참치 등 저가 실속형 맞춤 세트가 널리 유통됐다.

2000년대 초반에는 1인 가구 등이 대거 늘어나면서 추석 선물 세트도 소규모화하는 추세다.

2010년 이후엔 추석 선물이 다양화한다. 기존 강자인 한우·과일에 와인과 디저트·바닷가재 등이 더해졌다.

2016년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는 5만원 이하의 ‘실속’ ‘알뜰’ 선물 세트가 주를 이뤘다.

추석 선물은 경제개발기인 60년대부터 본격화했다. ‘마음인가 뇌물인가’하는 의심도 받아왔다.

추석의 참뜻은 고대 신라에서 불린 ‘회소곡(會蘇曲)’의 노랫말 회소회소(會蘇會蘇·모이소 모이소)처럼 멀리 떨어진 가족이 모이는 데 있다.

가족 모임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 싶다.


박정배 /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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