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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벌써 그리운 가을

요즈음 하늘은 참 맑고 푸르다. 이것은 하루에 그리된 것이 아니다. 매미가 서럽게 울기 시작해서 지쳐 쓰러지는 동안 서서히 깊어진 것이다. 길을 걷다가 배가 허공을 향해 누워 있는 매미의 사체를 보았다. 얼마나 처절하게 울다가 간 줄 알기에 애처롭다. 늦은 여름 아직 우는 놈이 있다. 자손을 남기기 위해 죽지 못해 사는 개체일 것이다. 어머님이 자식들 때문에 죽지 못하고 산다고 하시던 말이 왜 떠올랐을까?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책감이 든다. 산다는 것이 참 어지럽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존재한다. 욕심 같아서는 조금 더 벌고, 조금 더 봉사하고 싶은데 그것이 힘들다. 글도 생각처럼 쓰고 싶은데 쉽지 않다. 성당 성가대 봉사는 일주일에 한 번뿐이고, 글 쓰는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게다가 일은 한정되어 있어서 더 벌 수도 없다. 잘살아 보겠다고 하는 일들이 내 마음에 드는 적은 거의 없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 중 하나가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Satisfaction(만족)이란 노래라 한다. 시종일관 “나는 만족을 얻을 수 없어” 하며 거칠게 부르짖는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래여서 인기가 좋은 것이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 더는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는 상태가 존재하는 곳일 것이다. 더는 열심히 할 것도 애쓸 이유도 없는 상황이라면 살아가는 의미조차 희미해질 것이다. 만약 살아 있는 동안에 완전 만족의 상태가 온다면 너무 허무해서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불만족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삶이라 감히 주장한다. 만족을 바라는 것 자체가 탐욕이고 모순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최선을 다하면 충분하다고 믿고 살아야 덜 허전할 것 같다.

아무튼 가을이 오고 있다. 여름은 아직도 뜨거운 입김을 불어가며 가지마다 푸른 잎들을 가득 품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풍성하던 나뭇가지는 짙은 녹색을 버릴 것이다. 새로운 계절이 올 때마다 가슴은 어쩔 수 없이 설렌다. 여름을 보내는 아쉬움보다 더 큰 것이 가을을 맞이하는 반가움이다. 바람만 불어도 우수수 떨어지는 보석 같은 잎사귀들. 스러진 잎사귀들을 밟는 소리에도 눈물이 울컥하는 계절. 하늘은 유난히 맑아서 뜰로 나서기만 하면 쏟아질 듯 흐르는 별들의 존재에 잠을 설치는 나날들. 그런 시간은 올 것이다.

반딧불이가 폭죽처럼 여름을 화려하게 보내기를 기다려본다. 그러면 사는 것이 어지럽고 큰 만족은 없어도 열심히 살고, 매일 감사하며 살아갈 것이다.

여름은 풍성해서 좋다. 하지만 풍성하지 않아도 가을이 좋다. 아니다. 부족해서 좋은 것이다. 쓸모없는 것들은 조금씩 덜어내야 좋다. 중년의 뱃살 같은 나의 아집과 탐욕과 게으름은 매일 덜어내도 징그럽게 쌓인다. 자꾸 하늘은 깊어져 간다. 조금만 참으면 하늘 그 깊은 계곡엔 아득한 구름이양 떼처럼 흩어져 흐를 것이다.

내 마음도 가을 하늘처럼 깊어져 갔으면 좋겠다. 아마 바람이 가볍게 부는 어느 가을날, 나는 허리를 굽혀 낙엽들을 줍고 있을 것이다. 그림보다 예쁜 빛깔의 잎사귀들을 가만히 손바닥에 올려놓고 행복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벌써 그리운 가을이다.


고성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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