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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어떤 일에 알음알이를 얻는 공부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 인기가 많을까. 남학생의 경우 공부 싸움 운동 등이 중요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부 잘하는 학생은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운동을 못한다면 매력은 반감된다.

마음공부도 골고루 잘해야 한다. 마음을 잘 아는 공부(혜·연구력) 마음을 잘 키우는 공부(정·수양력) 마음을 잘 사용하는 공부(계·취사력) 중 한 가지라도 소홀하게 되면 원만한 인격을 갖추기 어렵다.

부처님께서는 이 삼학(三學)을 카메라 삼각대에 비유하셨다. 삼각대는 세 발 중 하나라도 온전치 못하면 전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학교공부의 경우 체육을 조금 못해도 영어수학을 잘하면 나름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마음공부는 골고루 잘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깨달음의 대상은 '자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시비이해까지 확대할 수 있다. 우주자연의 이치를 따라 인간의 시비이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간 현상에 대한 이해는 깨달음과 별개가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지혜를 단련하는 공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째로 그 일 그 일에 알음알이를 얻기에 힘써야 한다. 군대 시절 배우기를 좋아하는 문과 출신의 선임병은 보일러병과 취사병에게 부지런히 보일러 기술과 요리법을 익혔다. 필자도 비록 자의는 아니었지만 군대에서 펜글씨를 익혔고 예비 교무시절에는 팔자에 없던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하기도 했다. 두 가지 모두 교무가 된 이후에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둘째 의견교환에 힘써야 한다. 어린 시절 형과 말싸움을 하게 되면 나의 무죄와 형의 유죄를 입증하려고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어린 아이들은 말싸움을 할 때 논리력이 개발된다고 한다. 고민 상담을 해보면 상담 중에 고민이 명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도반들과 의견 교환을 하면 자유로운 가운데 지혜가 발달한다.

셋째 의심 해결에 힘써야 한다. 의심에 집중하다 보면 연구력뿐만 아니라 집중력 즉 수양력도 개발된다. 화두가 단순히 지혜 단련만을 위한 과목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풍선이 바람으로 빵빵해 질수록 쉽게 터뜨릴 수 있다. 의심은 풍선에 바람을 채우는 것과 같다. 계속해서 의심을 키우는 것 자체 역시 문제 해결의 과정이다.

넷째 시간 나는 대로 경전을 봐야 한다. 경전은 진리(달)를 가리키는 손가락에 곧잘 비유된다. 손가락(경전)에 집착해서 달(진리)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문자에 메이지 말고 성자의 본의를 헤아리라는 말인데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불법 전체 맥락에서 개별 법문을 이해해야 하고 경전공부는 명상수행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손가락에 집착하지 말라 했지 손가락을 무시하라 한 바가 없음에도 본인의 수준에서 이해가 안 되면 진리가 아닌 '방편'이라 치부하며 손가락을 무시하기 일쑤다. 손가락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지만 손가락을 무시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아침이나 저녁 같이 정할 때는 경전 공부를 하고 낮과 같이 동할 때에는 그 일 그 일에 알음알이를 얻기에 힘쓰면 사반공배(事半功倍)의 노력으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국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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