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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나의 공식적인 하루의 시작은 한 잔의 커피가 열어준다. 오늘 아침도 예외는 아니었다. 커피 한 잔을 내려 습관처럼 발코니로 나가려다 말고 그냥 거실 소파에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었는 데다가 하늘엔 검은 구름이 가득 덮고 있어 나가려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였다.

오늘 아침도 변함없이 향기로운 커피와의 밀회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우리의 밀회를 방해하는 소음이 들리는 것이 아닌가? 무언가가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아내가 기르는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창문을 긁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내가 앉았던 곳에는 나무나 화초가 없었다.

그런데 어제 퇴근길에 쓰고 왔던 우산을 말리려고 놓았던 자리에 있어야 할 우산이 사라졌다. 순간, 나는 내 우산이 바람에 날려 건물 밖으로 낙하산처럼 떨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우산이 바람에 날리며 창문을 건드린 소리를 나는 들은 것이었다. 발코니로 나가는 문을 열려고 했는데 너무 바람이 세서 밀치기가 힘에 겨울 정도였다. 정황상 우산은 발코니 턱을 넘어 우리 영토 밖으로 날아간 셈이었다.

간신히 발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더니 비와 함께 바람이 거칠게 내 몸을 휩쓸었다. 나는 일단 우산의 안위를 확인했으나 내 시야에는 없었다. 일단 발코니에 있는 파라솔을 접고 단단히 묶어서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했다. 그리고 발코니 아래를 보니 옆 건물과의 경계가 되는 곳에 우산 모양의 검은 물체가 보였다. 먹구름 그득한 어둠 속에서 보이는 물체는 나의 흐릿한 노안으로 판단했을 때 우산이 틀림없었다.

그냥 포기하라는 아내의 명령을 등 뒤로 하고 나는 건물 밖으로 나가 비바람을 뚫고 우산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아, 그런데 그것은 우산이 아니라 우산 모양을 한 소나무 계통의 사철나무였다. 하릴없이 빈손으로 집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침실 쪽에서 블라인드를 올리고 밖을 보니 내가 찾고 있던 우산이 거기 있는 것이 아닌가? 앞뒤를 찬찬히 살피지 않고 내 생각의 날개가 퍼덕이는 대로 표류하다 판단 착오를 일으킨 것이었다. 살면서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내 생각과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바로 보지 못하고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아온 시간. 나라는 존재는 강한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고 주변에 머물러 있던 우산보다도 더 가벼운 것은 아닐까?

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그래도 오늘은 우산도 찾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아서 참 다행이다.)


김학선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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