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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발효하는 삶, 부패하는 삶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새 영화 ‘크라이 마초(Cry Macho)’가 공개됐다. 이번에도 제작, 감독, 주연 1인 3역으로 맹활약을 펼친다. 1930년생이니까 올해 91세다. 아흔한 살의 노인이 현역으로 뛰는 것만도 대단한 일인데, 제작과 감독까지 해내다니 존경스러울 뿐이다.

배우로 한창 인기를 누리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으로 데뷔해, 내놓은 첫 작품이 1971년 작 ‘어둠 속의 벨이 울릴 때’였다. 그러니까, 이번 작품은 감독 활동 50년을 기념하는 영화인 셈이다. 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90대 나이에 들어선 후 처음 완성한 장편영화이고, 1993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수상작인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첫 서부영화라는 의미를 갖는다.

인기는 좀 있지만, 인상만 되게 쓰는 그저 그런 서부영화 배우에서 미국 최고의 거장으로 우뚝 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여러 가지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 짧은 글에서 그런 이야기를 시시콜콜 늘어놓을 수는 없다.

다만, 그의 영화 인생에서 배울 점을 찾아 우리 삶의 교훈으로 삼고 싶다. 그는 인간적, 예술적으로 배울 점, 닮고 싶은 매력이 참 많은 사람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멋있어지는 사람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얼굴 가득한 주름살은 참으로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이는 그 주름살과 연륜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2012년 초, 프랑스의 한 잡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 잡지 표지에 얼굴이 실렸는데, 포토샵으로 얼굴을 보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주름살을 그대로 실리게 하는 당당함을 보여준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의 원로배우 이순재씨보다 4살이나 많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여전히 꼿꼿이 서서 내공의 힘이 느껴지는 연기를 하며, 심지어 손자뻘 되는 청년의 턱에 주먹을 날리는 액션 연기도 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그저 나이를 많이 먹는다고 원숙하고 멋있어지는 건 아니다. 그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을 사랑하고, 아마 평생 거기에 나를 바칠 것 같다. 원대한 계획을 갖고 살지 않았지만, 배움을 멈추지 않았던 삶이 자신을 계속 성장시킨 것 같다”며 모토로 삼는 자기 아버지의 말을 소개했다. “사람은 나아지거나 부패하거나 둘 중에 하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다. 발효와 부패는 한 끗 차이다. 배움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고 진화하는 삶,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열정이 그를 자신감 넘치고 멋있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색을 분명히 하는 시점, 양적인 것에서 질적인 성장으로 변화하는 전환의 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그가 3년 전 ‘라스트 미션’을 만들었을 때, 그것이 마지막 영화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로 2편이나 더 내놓았다. 잔뜩 게을러져서 “이 나이에 뭘 또 시작하겠나?”하며 늘어질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면 정신이 버쩍 들어 “아이고, 선생님!”하게 된다. 존재만으로도 스승 노릇을 하는 셈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의 기본은 사람 이야기, 즉 휴머니즘이다. 그래서 힘이 있고 대중적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그의 명작으로 꼽히는 ‘용서받지 못한 자’나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깊은 감동, ‘그랜토리노’에서 보여준 사회적 철학적 메시지는 사람 사랑에서 나온다. “아, 거장이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것은 진한 사람 냄새다.

거장의 다음 작품이 벌써 궁금하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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