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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친구의 선물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집집마다 에어컨 돌리는 소리가 왕왕거린다.

또 산불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산불이 났다 하면 더럭 겁부터 난다. 1년 전 산을 휩쓸고 간 산불로 며칠씩 집을 비우고 피난했던 기억이 새롭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선물이라며 내 놓은 것은 뒷마당에서 딴 호박이었다. 가뭄에 어찌 그리 예쁜 호박을 키웠을까. 여리고 야들야들한 애호박이었다.

“자기가 먹지 않고, 왜 나까지?”라는 말에 날이 너무 더워 호박 넝쿨이 노랗게 타들어가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며 키웠다고 한다.



그중에서 예쁘고 좋은 것은 선물용으로, 그리고 못 생기고 우그러진 것은 자기 몫으로 따 먹는다고 한다.

진주를 선물 받았다 해도 이렇게 기쁠까. 온갖 정성을 들인 이 귀한 선물을 받고 먹기가 너무 아까웠다.

요즘 트로트 열풍이 불어 TV를 틀면 구성진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동안 저렇게 좋은 노래가 있었나 할 정도로 좋은 곡들이다. 어느 명곡 못지 않게 심금을 울린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듣고는 옛날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꼭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였다.

노래 중에 '보약같은친구'라는 곡이 있다.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방이 꽉꽉 막혀 있다. 그럼에도 ‘보약 같은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다.

이제 80을 훌쩍 넘기니 다리가 아파 걷지 못하는 친구가 여기저기서 생긴다. 귀가 어두어져서 전화 받기가 힘든 친구도 있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 궁금하면 벌써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공수래 공수거’ 이 세상은 어차피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떠난다. 이런 세상에서 ‘보약 같은 친구’는 생애의 큰 선물이다. 이 힘든 세상에서 그들과 수다를 떨며 괴로움과 슬픔도 잠시 잊고 산다.


노영자·풋힐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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