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고] 한국 역사 속의 아프가니스탄

고등학교 국사 시간이었다. 교사가 수업을 마치는 순간 손을 들고 질문했다. “통일신라가 왜 더 북진을 안하고 대동강에서 멈췄나요 ?” 교사의 답은 간결했다. “그런 건 학력고사에 안 나와.” 교사는 끝내 답을 안 주었고 나는 나름대로 답을 얻어내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시 당나라는 지금 미국에 비교될 정도로 강력하고 화려한 대제국이었다. 백제 고구려를 정복한 뒤 신라를 포함해 한반도 전체를 삼키려고 했던 당나라에 대항해 신라는 백제 고구려 유민들과 힘을 합쳐 혈투를 벌였다. 전세는 통일신라에 유리했고 당나라는 물러섰다. 이때 우리가 알고 있는 통일신라의 강역이 형성된다.

왜 신라는 당나라를 더 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을까. 반면 거대한 당나라는 왜 신라를 그대로 두고 물러섰을까.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겼다. 자세히 당시 정황을 들여다보면 당나라가 전쟁에 져서 한반도에서 물러난 건 아니다. 당나라의 세계 전략에서 볼 때 신라와 만주의 동부전선보다는 토번(지금의 티베트)과 터키계 유목민인 돌궐(지금의 신장위구르와 중앙아시아 지역)이 있는 실크로드의 서부전선이 경제적으로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돌궐과 토번이 자꾸 도발을 하는데 신라를 상대하면서 발목이 잡혀있어서는 안되는 상황이었다. 돌궐과 토번을 상대하는 당나라의 서부전선 총 책임자가 당시 고구려 유민 후손인 고선지 장군이란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고선지 장군이 이끄는 당나라 군대는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북쪽지역으로 들어가 토번 군대와 전투를 벌였고 현재의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 걸치는 여러 지역을 정벌했다.

고선지 장군은 서쪽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신흥 이슬람 세력과 동서양의 격돌이라고 불리는 탈라스 전투에서 대패했다. 이때 당나라의 제지 기술이 당나라 포로들을 통해 이슬람 세계로 들어가 서양의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실크로드를 통해 당나라로 들어온 페르시아, 아랍, 터키 등 서역 땅 상인들은 한반도까지 들어왔다. 사산조 페르시아의 왕자가 당나라를 통해 신라로 망명해 신라 공주와 결혼해 정착했다는 페르시아 서사시라든지 신라의 처용가 등 문학작품에도 신라와 서역과의 교류가 나온다.

당나라 농민전쟁인 황소의 난 때에는 전란을 피해 당나라 거주 서역인들이 대거 신라로 난민신청(?)을 해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몽골이 세운 원나라 때에는 다시 실크로드가 활성화되면서 이번엔 색목인(눈에 색깔있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이슬람 상인과 학자들이 고려로 대거 들어온다. 쌍화점이란 고려 가요에 이들이 등장한다. 고려시대 이들을 이슬람교도란 뜻의 회회인이라고도 불렀다.

세종 시대 과학기술 발전에 고려 말 회회인들이 한몫한 것이 아니냐는 이론도 있다. 원나라시대 고려에 이들이 상당수 정착했고 이들의 전문 분야가 상업뿐만 아니라 과학 쪽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 바람에 그전 통일신라나 고려 때 활발했던 서역인들과의 교류가 줄어들게 된다.

아프간 사태를 보면서 새삼 그쪽 지역과 통일신라, 고려시대 우리 조상들과의 활발했던 교류의 역사가 떠올랐다. 지난번 예멘 난민이 그랬듯이 이번에도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들어올 거라며 거부하는 분위기를 놓고, 쉽게 잘잘못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지역 사람들과 우리가 전혀 교류가 없다가 현대에 들어와 갑자기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주 오래전 이들과 우리 조상 사이엔 문화적 혈연적 교류가 있었고 그것이 우리 문화 역사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김윤상 / 변호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