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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그 일 그 일에 집중하는 공부

불교는 마음을 잘 알아서 잘 사용하게 하는 종교이다. 불교공부를 '마음공부'라고 부르는 이유다. 태권도를 수련하기 위해서는 발을 사용해야 하고 탁구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손을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태권도와 탁구 연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음공부는 사정이 다르다. 마음은 24시간 사용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법만 알면 일상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마음을 닦을 수 있다. 일행삼매(一行三昧)나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 무시선(無時禪ㆍ시간에 구애 없이 하는 선)이 모두 이와 관련된 표현들이다.

우리의 일상은 아침이나 저녁 같이 육근을 크게 사용하는 일이 없는 경우와 낮과 같이 육근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육근을 많이 사용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는 어떻게 마음공부를 할 수 있을까.

첫째 정신을 어지럽힐 만한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밤새 술을 마시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고 서 아침에 좌선을 잘 할 수는 없다. 기말고사 때 친구들 유혹에 술을 마셔 시험을 망치게 되면 재시험을 보거나 교수님을 찾아가 사정을 해야 하는 등의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학점을 받기 전까지 마음이 한가롭고 편안할 수가 없다. 한 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것이 탄로 나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수양력을 키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둘째 매사에 마음을 담담하게 길들여야 한다. 알코올 중독자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일단 시작하면 금단증상 때문에 멈추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무엇에든지 중독이 되면 불안과 고통 때문에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수 없다. 이러한 중독이 불교에서 말하는 착심이다.

사랑과 애착의 차이는 많이 좋아하고 덜 좋아하고의 차이가 아니다. 그 사람과 떨어져 있을 때 괴롭거나 그것이 일에 방해가 되면 그것 바로 애착이다. 과하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물건이 있다면 거리를 두어 볼 필요가 있다. 괴롭거나 불안하다면 착심을 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

셋째 그 일 그 일에 집중해야 한다. 필자를 비롯한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영어시간에 수학 문제 풀고 수학시간에 영어 문제집을 푼다. 공부시간에는 주말에 놀 생각하느라 바쁘고 막상 놀 때는 시험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수양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 일 할 때는 저 일에 끌리지 말고 저 일 할 때는 이 일에 끌리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

연습장에서 일정한 속도의 공을 치지 못하는 탁구 선수가 불규칙하게 공이 날아오는 실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는 없다.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고요하게 하지 못하는 공부인이 시끄럽고 욕심 경계가 많은 일상에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마음공부를 하는 목적은 고요한 선방에서가 아닌 일상에서 마음의 고요와 평안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일상에서 마음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하는 명상 훈련이 기본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겠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교무 / 원불교 미국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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