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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직업 갖는 목회자들…"불가피한 현실"

이중직 목회자 실태 조사 발표 (1)

이희갑씨는 자비량 목사다. LA한인타운에서 목회자로 사역하며 택시기사로 활동한다. 16년째다. 평일엔 택시기사 주말엔 목회자다. 김상진 기자

이희갑씨는 자비량 목사다. LA한인타운에서 목회자로 사역하며 택시기사로 활동한다. 16년째다. 평일엔 택시기사 주말엔 목회자다. 김상진 기자

목회자가 목회외에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것과 관련 한인교계에서는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교계내에서 '목회자=성직'이라는 관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뿌리내린 결과다.

목회는 종교적으로 보면 사명이지만 달리보면 '일'이다. 노동의 의미가 배어있다. 그런 목회자가 다른 직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면 교인들은 색안경을 끼고 보기 십상이다. 목회자도 스스로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어색해한다. 이러한 인식은 자칫하면 교계내 생계적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들의 현실을 간과하는 위험을 낳는다.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와 지앤컴리서치가 한국내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이중직 목회자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노동절(6일)과 맞물려 목회와 노동에 대한 현실을 알아봤다.



소형교회 목사 2명 중 1명 '이중직'
아직 교인들은 부정적 시각 많아
일부 중대형 교회 목사 외에는
목회로만 생계 유지하기 어려워
미국 교단들에서는 적극 권장
"앞으로 보편화 될 것" 시각 많아


현재 한국 주요 교단들은 교단법을 통해 목회자가 목회외에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을 직ㆍ간접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부분 한국에서 목사 안수를 받아 한국 교단 영향권에 속한 미주 한인교계 목회자들 역시 '이중 직업(Bi-Vocational)'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중직 금지는 '목회자=성직'이라는 교계내 특정한 관념으로 인해 종교인이 세속에서 노동을 하는 것을 꺼리고 목사가 다른 직업을 갖게 되면 목회에 소홀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이와 관련 목회자들은 엄연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목회자 10명 중 9명(86.4%)은 소속 교단이 이중직을 정식으로 인정해 주기를 원한다.

그만큼 목회자들도 직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전문성을 갖고 수입을 얻으면서 목회를 병행하기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면 ▶목회자 2명 중 1명(48.6%)이 이중직을 경험함 ▶이중직 경험자 중 40대 이하는 37.6% ▶이중직 경험자 중 33.7%의 목회자가 출석 교인 20명 이하 교회에서 시무 ▶이중직 목회자의 85.5%는 '일터도 사역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음 ▶이중직 목회자의 89.1%는 '일터에서도 목회하는 심정으로 일한다'라고 응답함 ▶이중직 목회자의 39.5%는 '교회 재정과 상관없이 이중직을 계속하고 싶다'고 응답함 등이다.

회계사로 활동하면서 목회를 병행하는 준 최 목사(어바인)는 "현실적으로 중대형 교회 사역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목사가 목회 사례비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교인들은 목사가 목회에만 전념하길 원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교회가 전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면 목사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선입견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대형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은 현재 교계 구조상 어느 정도는 기본 생계가 보장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 미자립 또는 소형교회들은 갈수록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할 경우 다수의 목회자가 향후 변화되는 교계 구조 속에서 목회만으로 생계 유지를 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목회자들도 이중직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비교하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만큼 현실상 목회자의 이중직업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LA지역 중소형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하다가 교회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지난해 7월 사임을 결정한 목회자 김모씨는 최근 부동산 감정사(real estate appraise)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 공부중이다.

김씨는 "지난해 사실상 교회에서 나오게 되면서 목회적 소명과 현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당장 수입이 끊기니 가족들에게도 미안했다"며 "교인들에게는 '일터에서도 하나님께 하듯 일하라'고 하면서 정작 나는 목회와 세속의 일을 구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목회자들에게 이중직 선택이 이유를 물었다.

목회자 5명 중 3명(60.5%)은 '어려운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 소신껏 목회하고 싶어서(19.5%)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중직은 분명 양면성이 있다. 목회자들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이자 현실이다. 반면 교계의 토양과 시대적 흐름이 변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목회자들이 그만큼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류교계는 이미 목회자의 이중직 정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중직이 목회자의 생존을 위한 일종의 대안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단(SBC)은 이중직을 미래의 생존 전략으로 삼고 소속 교단 목회자들에게 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복음주의언약장로교단(ECO)은 이중직을 가진 목회자에게 라이선스 발급을 해준다. 이는 교단 차원에서 이중직 목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이중 직업을 가진 목회자를 독려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장로교단(PCUSA) 역시 교단 산하 신학교에서부터 이중직 목회자를 위한 강의 및 양성 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있다.

1세대와 달리 한인 2세들은 이중직에 대해 열린 인식이 있다. 신학교 과정만 밟은 뒤 목사로서 한 길만 걷던 과거와 달리 자신만의 직업을 갖고 활동하다 뒤늦게 목회를 병행한다거나 목회를 하면서도 다른 전공을 선택해 일반 직업에 종사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변호사로 활동 중인 한인 2세 데이브 노 목사는 "요즘 미국 신학교에는 전문직 종사자나 비신학 전공자들이 많다"며 "목회를 특별한 직위로 여기는 한인교계와 달리 주류 교계나 한인 2세 신학생들은 이중직 개념에 상당히 긍정적이다. 앞으로 이중직은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장로교단(PCUSA) 이동우 목사는 "미국 교계 목회자들은 교회가 생계를 온전하게 책임지지 못할 경우 목회 외에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교인들 역시 그런 부분을 합리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이민 1세 중심으로 형성된 미주 한인교계는 앞으로 변화될 교계 구조에 대비해야 하는데 목회자의 이중직은 너무나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지난 6월10일~7월1일까지 출석교인 50명 이하의 교회를 담당하는 목회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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