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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꽃, 피어라!

8월 30일은 쌍둥이 딸들의 생일이라 오랜만에 맨해튼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간 식당은 한국 BBQ 식당 ‘꽃(Cote)’ 이었다. 식당 꽃은 2019년 미슐랭 1 스타를 받은 이래 1 스타를 고수하고 있는 식당이다.

식당이 있는 22가 골목에 들어서니 아웃도어 텐트가 길게 자리하고 불빛이 현란한데, 밖에까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크게 울리면서 블록 전체를 들썩이고 있었다. 요즘 같은팬데믹 시기에 저렇게 요란하게 영업하는 집도 있나 싶어 경이로웠다. 나중에 둘째에게 들으니 요새 맨해튼 식당들은 그렇게 요란하게 불을 밝히고 음악도 크게 틀어서 젊은이들을 불러들인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맨해튼 전체가 문을 닫은 집들도 많고, 설령 문을 열었다 해도 전 인지 않아 모두 힘들고 많이 우울한 상황에 어떻게 꽃은 활기차게 더 확장될 수 있었을까?

하긴 꽃의 주인 사이먼 김은 미국의 40대 유망한 기업인에 선정될 만큼 이미 그 출중한 사업 능력을 인정받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그는 꽃 이전에도 노호에 ‘피어라((Piora)’란 이탈리안 식당을 열어 미식가들의 성지로 키웠다. 꽃은 봉준호 감독이며 많은 한국의 정·재계 인사들이 다녀가서 이미 유명하다.



내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첫째, 질 좋은 탁월한 고기다. 사이먼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맛집을 다녔던 추억 중에서 제일 좋았던 게를 구워 먹던 집이라고 한다. 그가 BBQ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다.

둘째는 바비큐 집이라 테이블 마다에서 고기를 굽는데 고기 굽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우리가 한국식당 가서 갈비나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맛있긴 하나 옷에 배인 고기 굽는 냄새로 많이 불편하다. 그러나 꽃에선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전문가들과 연구해서 냄새가 나오지 않는 획기적인 시설을 설치했다고 한다.

셋째는 잘 훈련된 종업원들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종업원들은 공손하면서도 몸놀림이 재빠르다. 메뉴며 고기 구울 때도 자세하고 친절하게 조곤조곤 설명해준다.

넷째는 격조 있고 세련된 인테리어다. 미국 식당들이 배워야 할 만큼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식당은 그 존재 자체가 품격이다. 지하 바의 인테리어는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화려함으로 미학적인 장소다.

요즘 맨해튼서 가장 핫한 식당이 ‘꽃’이라고 한다. 내가 갔던 날,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식당은 만석이었으며 밖의 텐트 10개 테이블도 만석이었다. 그리고 입구엔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꽃 외에도 한국 식당들의 약진은 두드러져 미슐랭 2스타 식당만 해도 ‘정식’, ‘아토믹스’, ‘모모푸쿠 코’ 등이 있고, 1스타엔 기존의 ‘제주 누들 바’와 ‘꽃’ 외에 올해 새로이 꼬치전문점 ‘꼬치(Kochi)’와 식당 ‘주아(JUA)가 1스타를 받았다. 더는 뉴욕에서 한식당들의 미슐랭 별이 새롭지 않다.

한국인이라는 게 참으로 자긍심 넘치는 시대다. 한류의 물결은 BTS를 중심으로 K-Pop을 세계 음악 시장 심장에서 소용돌이치게 하고, 봉준호 감독과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휩쓸었다. 이제 세계 청소년들은 한국 청소년의 패션을 따라 하고, 떡볶이와 치맥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사이먼이 예언처럼 식당 이름을 피어라, 꽃! 하더니, 어느새 한국 문화가 뉴욕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꽃피고 있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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