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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끝물의 꿈

몇해를 빈둥거리는 화분에 기름진 흙을 채워 넣고
상추 깻잎 고추 생각 생각 생각
여름이 다 가도록 흙과 같이 빈둥거리니
열심히 볕을 주던 한낮의 해도
제 몸의 반을 잘라내고 드러눕는 끝물

미인이 되는 꿈을 꾸며
*천도, 그 불그스레한 얼굴의 반을 베어먹고


성난 장대비에 매질을 당한 날
펴지지 않는 턱밑 난해한 주름 한 줄
아직 피 끓는흙 속에 던지고 여름을 빠져나간다

찬 바람 불면 한쪽 눈에서 싹이 터
눈 내리는 창가에서 두눈 뜨겁게 마주칠
한 줄이 두줄
두줄이 열줄 되는
서둘러 잊고 기억해야 할 여름
흙 속 끝물의 꿈틀거림

*이현호의 시 제목


윤지영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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