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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큰 집 줄게 작은 집 다오!

그동안 벼르고 벼르며 말만 해오던 이사를 드디어 했습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반 토막이 순식간에 치러지기도 했습니다. 버리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몽땅 다 버리고도 싶었습니다. 골라잡기가 골칫거리였습니다. 무슨 추억거리가 된다고 이토록 주어 모았던지요! 우물쭈물하는 엄마가 답답한지 딸아이가 나를 대신하여 버리기 선수가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집 나가 멀리 사는 세 아이가 언제나 제 것들을 수거해 갈지 막막했습니다. 거기에다가 자기네 것들은 절대로 버리지 말라나요! 자식들의 부탁을 어쩌겠습니까? “너희들도 늙어봐라! 그래, 부디 먼 훗날 이 물건들이 꼭 너희들에게 귀중한 추억거리가 되어라!” 혼자 중얼댔습니다. 실은 남편(큰아들) 책들이 가장 골칫거리였습니다. 그리고 보니 실제로 내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요즘 이기주의가 되려고 노력하는 내 인격에 은근슬쩍 뿔다귀가 나려고 했습니다. 나, 이 엄마라는 인격 딱지가 가진 것이라곤 부엌살림이 전부였던가? 별 볼 것 없는 이 부엌데기 자격도 던져버리고 싶었습니다.

하여간 이사도 벼락같이 치러졌고 알맹이들인지 쭉정이들인지를 싣고 찾아온 곳이, 나는 나이가 들어도 절대 안 가겠다던 바로 그 노인 마을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기는 나 청개구리가 꿈에도 그리던 소박하고 아담한 단층집이었습니다.

어느덧 여기에서 겨울, 봄도 지나고 여름입니다. 할 일이 함빡 줄었음을 자인합니다. 일주일이 멀다고 잔디가 다듬어지고, 집 언저리 나무들 머리가 수시로 깎여지고 집 둘레를 반반히 정리해 주니 내 할 일이 다 어디로 갔는지요? 이게 웬일인지요? 내 평생 해오던 잡동사니 일들을 모두 빼앗아 갔습니다. 좋다고 해야 할지, 그저 허전해서 서성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 손이 쫑알거립니다. 쓸데없는 불평일랑 집어치우라나요! 따라서 손가락들도 나를 쿡쿡 찌르며 욱시근댑니다. 이것이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다 내 일을 맡아주겠다는 자격의 등급이었던가요? 혹은 나이가 순리를 따르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내가 선택을 잘한 것일까요? 그러나 세끼 밥은 아직도 내 손에 차려지고 있습니다. 이것마저 내던지면 만만세일 텐데! 나를 따라온 살림살이들도 대충 어딘지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서툴러서 필요한 것을 찾으려면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력이 도움이 안 됩니다. 찾을 수도 없고 찾기도 싫습니다. 이빨 없으면 잇몸으로가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평생 이렇게 살아도 될 것을…. 추억이고 낭만이고 모두 다 가물가물 댑니다. 모두 쉽게 나의 기억력과 함께 잊혀 가는가요?

집 크기는 안성맞춤으로 마음마저 아늑해집니다. 줄이고 줄여서 언제고 내 몸이 조그마한 박스에 들어가기까지는 아직도 그 기다란 박스 백 개쯤은 들어가고도 남을 것 같은 공간입니다.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도 모두 나와 비스름한 것이 나는 아직 늙지 않았다는 착각의 자유가 부끄러워지려 합니다. Choir에 join도 했습니다. 골프장도 있습니다. 요가도 합니다. 열심히 걷기도 합니다.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에 힘들고 힘들었던 삶이 마음먹기에 달렸던가요? 단순한 삶도 순리에 따라 이렇게 스르르 다가옴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는 주어진 오늘과 내일을 살며 새 보금자리에 감사도 하며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나의 육중한 책임, 밥 세 끼를 준수하며 현실에 충실 하렵니다.


남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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