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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허 고산 기후 헤치고 전원 무사 완주

세계 3대 트레일 존 뮤어 여행기 <3>
빙하 호수·광활한 초원 한눈에
히말라야 베이스캠프 같은 야영
귀가하니 또 도전 욕구 샘 솟아

라이엘 캐년에서 대원들(왼쪽부터 유호선, 최진희, 안희일, 고수미, 하경철, 하기환, 강두완, 이영근)이 무사 완주를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이영근

라이엘 캐년에서 대원들(왼쪽부터 유호선, 최진희, 안희일, 고수미, 하경철, 하기환, 강두완, 이영근)이 무사 완주를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이영근

암석들로 뒤덮인 황량한 도나휴 패스 정상.

암석들로 뒤덮인 황량한 도나휴 패스 정상.

라이엘 캐년에서 마지막날 야영에 나선 대원들.

라이엘 캐년에서 마지막날 야영에 나선 대원들.

어깨에 멘 30파운드짜리 배낭은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옆구리는 물론 다리, 무릎도 아픈 것 같았지만 그래도 마지막 고갯길이기에 열심히 땅만 보고 아니 돌바닥만 보고 올라갔다.

도나휴 패스로 가는 등산로는 오른쪽 가파른 고개로 이어지지 않고 자꾸 왼쪽으로 진행돼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트레일을 따라서 쉬면서 올라갔다. 사람에 따라 고산병으로 3000m가 넘으면 어지럽고 토하고 숨도 못 쉰다고 한다. 스키로 단련된 몸이라 고산병은 없는 것 같고 단지 산소가 부족한 탓인지 숨이 차서 장시간 계속 걷지 못하고 많이 쉬면서 올라갔다.

마지막에 거의 와서 올라온 등산로를 돌아보니 왼쪽의 좀 편한 고갯길이었다. 그 노인 등산객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오른쪽 가파른 계곡 쪽으로 올라간다고 알려준 것인지 아니면 본인 자신도 지쳐서 어디로 내려온 건지를 모른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고갯길 마지막에 만난 등산객에게 도나휴 패스가 얼마나 남았냐 물었더니 30만 돌아가면 된다고 한다. 종교인은 아니지만, 할렐루야가 나오는 대목이다.

조금 더 돌아갔더니 도나휴 패스 정상이 나오고 팻말에 왼쪽은 요세미티 국립공원, 우리가 올라온 오른쪽은 시에라 산맥 곳곳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낸 유명 사진작가 엔젤 애덤스의 황야 지역이다.

결국 요세미티 지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제부터 대부분의 길이 마지막 종착지인 트올름(Tuolumme) 미도우까지 내리막길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도 완전히 돌무덤이고 2마일 이상 되는 고행길이다. 무릎이 안 좋은 사람들은 내리막길이 더 힘들고 고생한다.

간신히 내려오니 조그만 빙하 호수가 있고 호수를 건너서 조금 올라가니 호숫가 옆으로 큰 초원이 보이면서 뒤에는 빙하가 보이는 높은 산이 있어 야영지로는 최고의 장소가 나왔다. 오늘 밤 야영장소는 더 내려가서 라이엘 협곡(Lyell Canyon)이었는데 이만한 경치를 가진 야영지는 JMT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가 없을 것 같다. 또 캠핑 못 한다고 쫓겨나가야 하는 곳인지 망설이고 있는데 배낭도 없이 산을 뛰어다니는 젊은 친구가 오더니 여기 캠핑해도 된다고 한다. 평생에 한 번 볼까 하는 빙하 밑에서 야영을 하다니 사진으로만 본 히말라야 베이스 캠프같이 생긴 지역에서 오늘 밤을 지내기로 했다.

2팀이 언제나 올지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예상보다 빨리 한 시간 좀 넘어 대원들이 산등선에서 보이기 시작해 반가웠다.

오후가 되자 비가 오기 시작했고 여름에 비를 맞다니 산속의 기후는 예측불허가 맞는 것 같다. 2팀은 고개 정상에서 비가 오기 시작하자 판초를 꺼내 입고 내려왔다. 급하게 텐트를 치고 들어가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으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다행히 비가 그쳐서 마지막 날 저녁 식사로 곰통에서 남은 음식 모두를 꺼내 먹었다. 내일은 점심 없이 강행군하기로 했다.

산을 더 내려가서 평지 미도우를 10마일 이상 걸어야 미리 큰 차 한 대를 주차해 놓은 스테이션에 도착한다. 오늘도 12마일을 걷는 긴 여정이다. 오르막길은 아니지만 긴 거리다. 중간에 설악산 비선대같이 물이 있고 큰 암석으로 된 곳에서 물놀이도 하고 가지고 온 간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마지막 피치를 올려서 미도우 평지를 걷기 시작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지고 온 우비를 꺼내 입고 앞만 보고 혼신의 힘을 다해 총알같이 달렸다. 비가 쏟아지니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빨리 가서 젖은 옷을 갈아입고 차 타고 맘모스 집에 갈 생각뿐이었다. 나중에 등반대장이 나보고 산신령같이 무슨 힘으로 그렇게 빨리 걷느냐고 한다. 1분이라도 일찍 도착해서 편한 세상으로 나오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돼 나는 앞만 보고 최대의 스피드로 달린 것이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옷도 갈아입고 비도 그치고 차도 찾고 맘모스 집으로 돌아오니 집에서 대원들을 기다리던 테미 김이 불고기, 와인, 치즈에 어묵까지 진수성찬을 준비해서 우릴 맞이했다.

이제 다시는 안 간다고 마음먹었지만 1박 2일 쉬운 코스는 다시 한번 도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8명의 등산대원 모두 사고 없이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인도해준 안희일 대장에게 감사할 뿐이다.

<끝>

글=하기환


정리=박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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