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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아프간 카불과 실크로드

비단과 향료를 나르던 그 길을 포탄과 무인 드론이 점령했다. 사제 폭탄을 가득 실은 트럭은 낙타를 밀어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얘기다. 기원전 6세기 무렵 형성된 카불은 실크로드 무역 도시로 성장했다. 해발 1790m, 고산지대에 위치한 척박한 땅이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고고학자에게 카불과 아프가니스탄은 ‘달의 뒷면’ 같은 존재였다. 영국과 소련 등 강대국의 침공에 탈레반의 지배가 더해지면서 범접할 수 없는 곳이 됐다.

이 지역의 실크로드 유적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건 최근이다. 미국·아프가니스탄 등이 참여한 국제 고고학 연구팀은 2017년, 유적 4500여 개를 확인해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공식 기록에 없던 것들로, 고고학자가 접근하기 힘든 곳에 방치됐던 유적이었다.

프로젝트에는 미 국방부 정찰위성과 민간위성 등이 쓰였다. 탈레반 동향을 감시하던 군사 전략자산이 의미 있는 고고학적 발견에 기여한 건 아이러니다.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여행자 숙소(caravanserais)였다. 연구팀은 아프가니스탄 남부 사막 지대에서 여행자 숙소 119개를 찾아냈다. 16세기 후반이나 17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숙소는 20㎞ 간격으로 지어졌다. 진흙으로 완성한 건물은 장기 여행자를 배려해 만든 시설로 짜여졌다. 규모가 큰 숙소는 미식축구장 크기와 비슷했다.

연구팀은 “수백 명의 여행자와 수천 마리의 낙타가 쉬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여행자 숙소는 1502년부터 1736년까지 이란에 자리 잡은 이슬람 사파비 왕조(Safavid Empire)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란과 인도를 연결하던 실크로드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낙타 수천 마리가 오가던 그 실크로드가 다시금 피로 물들고 있다. 카불 공항 테러 사망자는 170명을 넘어섰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도화선이 된 2001년 9·11 테러 이후 단일 테러로 최대 인명 피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피의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부르고 있다. 미군은 공항 테러를 기획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 고위급 2명을 제거했다. 동서를 잇던 그 길 한복판에서 인간이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파괴와 보복, 이를 아우르는 전쟁은 지울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 걸까. 이제는 끊겨버린 실크로드가 묻고 있다.


강기헌 / 한국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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