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공감] 신앙의 '디버깅'
현재 직장에서 주 업무 중의 하나는 벌레를 잡는 일이다.인공지능 과학자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컴퓨터 역사와 관련된 재미있는 배경 이야기가 있다.
컴퓨터가 처음 개발되었을 1950년대에는 컴퓨터의 규모가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요즘 사람들이 손에 늘 들고 다니는 작은 스마트폰 보다도 훨씬 성능이 떨어지는 컴퓨터의 크기가 오피스 몇개에 나누어 설치되어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중 무기의 탄도 궤적을 계산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 중 하나인 에니악(Eniac)은 길이 25m 폭 1m 높이 2.5m 크기에 무게가 무려 30톤이나 되는 큰 덩치였다.
당시의 큰 컴퓨터도 요즘의 컴퓨터처럼 오작동 하는 일이 많았는데 놀랍게도 컴퓨터 안에 들어간 벌레가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컴퓨터가 기대하지 않은 오작동을 하는 경우를 벌레 즉 '버그(bug)'라고 부르고 이런 오류를 고치는 일을 벌레 잡기 즉 '디버깅(debugging)'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컴퓨터가 발전하고 소형화되면서 진짜 벌레가 들어갈 틈은 거의 없어졌지만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잘못된 점들을 고치는 작업은 오히려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에 여전히 디버깅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있다.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버그가 많을 때 보다 버그가 발견 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더 무언가 잘못 된 것이 아닐까 불안해 하게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디버깅 과정은 필수이다.
그렇다면 신앙의 디버깅은 어떨까. 과연 우리는 어떤 오류를 잡아내고 고쳐야 하는 것일까.
혹시 자신의 신앙을 돌아봤을 때 잘못된 것을 찾을 수 없고 만족하고 자랑할 만한 것으로 가득 차 있는가. 그렇다면 버그를 발견하지 못한 프로그래머처럼 정말 무엇인가 잘못 된 것이 분명하다.
자신의 오류와 죄로 괴로워하며 얼굴을 들지 못하던 세리와 자신의 신앙생활이 자랑스러워 큰소리로 기도하던 바리새인을 생각해보면 자명하지 않은가. 오류가 없다는 그 오류에 빠져 있는 우리 자신을 디버깅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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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박사ㆍ데이터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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