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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시대를 앞서간 백남준의 예술

한국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는 누구일까? 아마도 미술계의 많은 이들이 단연 백남준(1932~2006)을 꼽을 것이다. ‘한국 제일’로는 모자란다. 백남준은 세계 현대미술에서도 가장 중요한 작가 중의 하나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백남준이라는 이름은 알지만 그가 어떤 예술가인지는 거의 모른다. 연주회를 열어 놓고 피아노를 때려 부수고, 관객들의 넥타이를 잘라버리는 파격적인 짓을 하는 괴짜 행위예술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TV모니터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예술이라고 우기는 작가, “예술은 사기다”라고 서슴없이 선언하는 기인 예술가… 이 정도만 알아도 백남준에 대해서 많이 아는 셈이다.

유감스럽게도 미술가들조차도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세계 여러 미술관 등에 흩어져 있는 작품 전체를 수습하고 정리하고 연구하는 노력의 부족, 저작권 문제의 걸림돌 등 때문이다.

지금 백남준을 회고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세계를 순회하며 열리고 있다. 2019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시작된 이 회고전은 팬데믹 상황에도 네덜란드, 시카고, 싱가포르 등지를 순회하며 열릴 예정이다. 지금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백남준의 고국인 한국에서는 전시 계획이 없다고 한다. 저작권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대안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아카이브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백남준 사후 회고전이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또 한 가지 백남준의 참 모습을 가리는 것 중의 하나로 지나친 신화 만들기를 꼽을 수 있다. 백남준에 대한 찬사는 차고 넘친다. 가령,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동양인으로 유럽의 최첨단 예술을 이끌었던 혁명적인 행위예술가, 철학자, 사상가, 예언자 등등. “백남준은 500년 뒤에는 미켈란젤로와 같은 급의 예술가로 받아들여지고 존경받을 것이다”라고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관장을 말했다. 대단한 찬사다.

하지만 왜 이런 찬사를 받는지에 대한 설명은 매우 부족하고, 화제성 에피소드들만 언론을 장식한다. 백남준은 세계적 명성과 작품성에 비해 낮은 평가와 대우를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작가다. 범세계적이며 범우주적 상상력으로 미래를 꿰뚫어 본 예언자다.

1965년 봄, 백남준은 원격조정 장치로 움직이고 소리도 내게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으로 베를린 장벽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로봇 오페라’를 공연하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동지인 첼리스트 무어맨과 베를린으로 갔다. 하지만 지역 경비를 맡은 군인들이 공연 자체를 금지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서베를린의 상징인 빌헬름 황제 기념교회 근처로 자리를 옮겨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무어맨의 첼로 연주에 맞춰 로봇이 노래하고 백남준은 군중을 향해 선언문을 배포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런가 하면 백남준은 아직 인터넷이란 개념조차 없었던 1974년에 이미 ‘전자 초고속도로’와 ‘W3(World Wide Web)’라는 단어를 제시했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었다.

백남준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릴 것을 가장 먼저, 가장 날카롭게 그려냈고, 기술이 바꿀 우리의 미래를 예술적 언어로 보여준 예언자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신화나 전설로 갇혀 있으면 안 되는 인물이다.

백남준의 생각과 예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이어주는 도전정신은 지금 이 순간도 살아 숨 쉬며 우리를 일깨워준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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