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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미디어 아트 1: 테크놀로지와 소통의 문제

오주영 ‘문학시간극장-구보씨 AI Theater of Literary Memory-Gubo AI Chatbot’, 2018.

오주영 ‘문학시간극장-구보씨 AI Theater of Literary Memory-Gubo AI Chatbot’, 2018.

미디어 아트는 뉴욕 시민들에게 친숙하다. 거리 곳곳의 전광판이며 건물 로비 등에서 미디어 아트를 상업적 혹은 예술적으로 만난다. 미디어 아트는 한국어로 매체 예술이라고 번역하고 사진부터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등 다양한 형태의 대중매체를 이용한 미술 표현 방식을 포함한다. 보통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이미지 송출 이전 시기 사진이나 영화를 이용한 미술을 미디어 아트라고 하고 컴퓨터 등장 이후의 다이나믹한 시기를 뉴미디어 아트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모니터와 키보드, 챗봇 프로그램, PC. 대전 이응노 미술관 전시장. 사진 변경희(2021.7.27)

모니터와 키보드, 챗봇 프로그램, PC. 대전 이응노 미술관 전시장. 사진 변경희(2021.7.27)

미디어 아트의 특이점은 ‘매개’한다는 것으로 창작가와 관람객 혹은 청중 사이에 무엇인가가 오고 간다. 상징물을 통해 기호학적 메시지를 교환하기도 하고 청중의 행동이 들어가야만 작품이 생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 혹은 소통의 관계는 회화나 조각, 건축 등의 기존 장르에도 해당한다. 하지만 미디어 아트의 경우 상호작용의 범위가 결과물은 수동적인 감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레인 룸’(Rain Room, 비 내리는 방)이라는 제목의 뉴미디어 아트 작품은 세계 어디에서 전시하든지 대중의 관심을 끄는 인기 전시물 혹은 인기 체험물이다.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이라는 이름의 런던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술작가 그룹이 만들었다. 처음 시작은 2012년이었고 점차 인기를 얻어서 2018년에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뮤지엄의 상설 전시품이 되었다. 어두운 방에서 쏟아지는 폭우를 피해 걸어가는 관람객은 신기하게도 비에 젖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빗소리도 들리고 간혹 빗줄기도 보인다. 상호작용을 감지하는 소프트웨어는 관람객의 팔다리와 몸을 피해서 비를 뿌리도록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빗속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경험하는 사람은 물에 젖거나 닿지 않는다. 이러한 ‘묘기’ 같은 설정은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끌어 레인 룸이 전시되면 입장권은 순식간에 예매되어 많은 이들은 소문으로 들을 뿐 경험해 보기가 쉽지 않다.

2500ℓ가 넘는 재활용된 물을 계속해서 사용하므로 자원 낭비도 아니다. 걸어가는 관람객 주변의 6피트가량 원으로는 스프레이가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모션에 따라 반응하는 카메라와 스프레이는 마치 세상을 굽어살피는 신적 존재이다. 작가들의 의도는 자연을 모방한 미술과 그것을 경험하는 인간 관객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사람이 환경에 가하는 변화 등을 느끼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모든 미디어 아트가 이처럼 동적인 움직임을 자극과 소통의 원동력으로 삼지는 않는다. 오주영 작가의 ‘문학시간극장-구보씨 AI Theater of Literary Memory-Gubo AI Chatbot’은 2018년 작품으로 컴퓨터와 키보드가 전시되어 있다. 미디어 아트로서의 핵심은 관람객이 미리 프로그램화된 연산작업을 수행하도록 학습된 챗봇과 대화하는 것이다.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발표된 48개의 희곡 문학작품 중에서 1만4000개가 넘는 대화를 학습한 구보씨 AI는 모니터에서 대기 중이다. 대화창에 관람객이 쓰고 싶은 문장이나 대사를 치고‘말 건네기’ 버튼을 누르면 학습된 대화의 반응이 생성된다.

관객들의 반응은 상상을 뛰어넘기도 한다. 한국어 대신 외국어를 넣기도 하고 시대상과 맞지 않는 단어들을 이용한 대화를 만들 수도 있다. 레인 룸은 컴컴한 방을 들어가는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주의사항 등을 주고 실행되지만, 인공지능구보씨의 경우는 별다른 제재가 없다. 미디어 아트의 존립 여부는 소통의 관계가 얼마나 상호적인지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지 등에 달려있다. 대중매체 자체는 중립적인 가치를 지녔지만, 정치적 선동이나 소수의 탄압 등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미디어 아트도 창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소통하는 수가 있다.

테크놀로지를 얼마나 조정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한 상상을 뛰어넘어 발전하는 테크놀로지를 어디에 잘 사용해서 소통이 정당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질지 치열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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